"장비 획득 관련 제안요청서 검토 태만 등 책임"
허위공문서 작성 2명 수사의뢰…검찰, 9명 구속


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납품 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사실상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국방부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17일 감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난 5월부터 방위사업청과 각 군 본부,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산제도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 중 통영함 및 기뢰탐색함인 소해함 음파탐지기 구매 관련 결과를 우선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통영함·소해함 음파탐지기의 성능 문제와 관련해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던 황 총장이 장비 획득 관련 제안요청서 검토 등을 태만하게 한 책임이 있다며 국방부 장관에게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의 인사자료 활용 통보는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 기관에서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인사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방사청은 2008년 9월부터 700억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통영함·소해함에 탑재할 음파탐지기 구매를 추진했다.

통영함의 경우 탐지 정확도가 높은 '멀티빔' 형태의 음파탐지기를 구입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사양이 낮은 '단일빔' 형태의 제안요청서를 작성·배포해 미국의 H사가 단독 입찰하게 됐다.

이 과정에 당시 방사청 상륙함사업팀장 A씨(예비역 대령)는 예비역 대령 B씨로부터 H사의 음파탐지기를 구매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단일빔' 기준으로 제안요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에도 방사청은 H사의 자료 제출기한을 연장해줬고, H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는데도 입찰을 진행해 계약까지 맺었다.

이에 따라 통영함은 성능 부실로 2년째 작전화가 지연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수색·구조 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

소해함에 탑재할 음파탐지기 구매 과정에서는 서류 위·변조 사례도 확인됐다.

당시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소속 C중령은 H사의 음파탐지기의 사양에 맞춰 성능요건을 변경하는 식으로 제안요청서를 조작했다.

H사는 이번에도 관련 서류 제출을 거부했지만 계약은 문제없이 성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황 총장이 제안요청서가 애초 계획과 다르게 작성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결재한 것은 업무 총괄자로서 직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황 총장은 또한 H사의 서류 제출 거부 사실을 보고받고도 계약 절차를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황 총장은 감사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를 일일이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해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을 고려할 때 납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명백한 범죄혐의나 중과실·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공무원 징계시효(2년)가 지난 점을 고려해 징계 요구나 수사의뢰 대신 인사자료 활용을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또한 방사청장에게 통영함·소해함의 전력을 조속히 정상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A팀장과 C중령 등 2명은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들을 비롯해 9명을 구속기소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