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KDI의 주장은 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3.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이 논리는 저성장과 저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에서 내놓은 것일 것"이라며 "3%대 성장과 1%대의 물가를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앞서 두 차례에 금리인하에도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지금의 경기 상황이 경기순환적 이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최근 주춤한 것도 통화정책으로만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방향이나 추세로 보면 잠재성장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고령화 진전에 따른 인구구조 문제, 글로벌 위기 이후 투자부진 등이 이어져온 것을 감안하면 방향 자체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도입 유가가 10% 떨어진다고 봤을 때, 연간 소비자물가를 0.2% 낮추는 것으로 분석결과가 나와 있다"며 "유가가 하반기에 3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폭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에도 물가안정목표치는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치는 과도하다"면서도 "적정 물가수준을 조기에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3년 목표치가 설정되는 2016년부터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의 2013~2015년중 물가안정목표는 전년동기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 기준 2.5~3.5%로 설정돼 있다. 한은은 '한국은행법'에 의거 정부와 협의해 3년간 적용할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상승률 목표를 제시하고 정책금리 조정 등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는 통화정책 운용 방식이다.

이 총재는 "2016년에 물가목표제 설정을 내년 초나 상반기 중에 하도록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뜻도 내비쳤다.

그는 "최근 각 기관이 3%대 중반에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전망이라는 것은 여건이 바뀌거나 전제했던 상황이 변하면 전망치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두달 전인 10월초 내년 경제성장률로 3.9%를 제시했었다. 이 총재는 "두 달간의 변화를 보면 3.9%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