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린튼 "한국인 생명공학 노벨상, 기여하고 싶다"
“한남대학교를 세운 할아버지 유지에 따라 한국에서 생명공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도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분야 교육사업 지원을 강화할 것입니다.”

최근 서울 프로메가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글로벌 생명공학 회사인 미국 프로메가의 빌 린튼 회장(67·사진)은 “한국 초·중·고교의 과학교육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한국어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할머니는 목포에서, 아버지는 군산에서 출생해 저도 한국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린튼 회장은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프로메가 한국법인(대표 나정아)의 창립 5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70년대 초 위스콘신매디슨대 약학대 석사과정 때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감식에 응용돼 사용하는 제한효소를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1978년 위스콘신주 매디슨시에 생명공학 회사인 프로메가를 창립했다. 이 회사는 3000가지 유전자 분석 관련 시약과 효소, 장비 등을 만들어 14개국 해외 지사를 통해 지난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린튼 회장은 프로메가의 경쟁력에 대해 얘기할 만도 한데 한남대 얘기에 힘을 줬다. 그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서 활동하던 1956년 대전에 한남대를 설립했다. 린튼 회장은 “2005년 한남대에 BT교육원을 설립한 것도 할아버지의 뜻을 받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남대 BT교육원을 세계적인 교육원으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메가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유전체 시약 등을 BT교육원에 9년간 무상 제공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실험실습을 할 수 있도록 장학금보다 과학 관련 인프라 제공에 힘을 쏟는 것이다. BT교육원에서 실험실습을 한 대전지역 초·중·고교 수강생은 총 1만명이 넘는다. 그는 “한국 생명공학 산업 발전을 위해 내년부터 BT교육원과 미국 본사 연구원 간 교류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만간 실무자들이 만나 협의하고 구체적인 교류협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린튼 회장 집안인 린튼가(家)와 한국의 인연은 올해로 119년째다. 린튼 회장의 외증조부는 1895년 기독교 선교사로 광주광역시에 수피아여고를 설립한 유진 벨이다. 린튼 회장과 한국 이름 ‘인요한’으로 널리 알려진 존 린튼(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사촌 간이다. 린튼가는 한국 독립운동에도 참여해 2010년 한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기도 했다.

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