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싼 '세종에 살어리랏다'
약사 이나래 씨(28)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구지방청에 근무하는 남편이 충북 청주에 있는 본청으로 발령이 나 내년 초 이사를 준비 중이다. 식약처는 청주시 오송읍에 있지만, 이씨가 전셋집을 찾아보고 있는 곳은 세종시다. 남편이 20분 남짓 차를 몰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새 아파트가 많고 전셋값이 크게 저렴해서다.

이씨는 “오송은 생활 인프라 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대전은 전셋값이 비싸다”며 “앞으로 세종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정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 등 젊은 층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이 전세난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세종시는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며 최근 전셋값이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해 전세 수요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올 연말 인구 15만명 돌파

전셋값 싼 '세종에 살어리랏다'
지난달 말 현재 세종시 인구는 14만8151명으로 올 들어 18.9%(2만3536명)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인구 증가율(8.0%)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올해 인구 유입 속도를 볼 때 12월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15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증가 속도는 올 하반기 들어 크게 빨라졌다. 지난 1분기 4639명, 2분기 3708명이던 유입 인구는 3분기 7275명으로 급증했다. 4분기 들어서 10, 11월 두 달간 7914명이 새로 세종시민이 됐다. 관계자는 “최근 인근 충청지역에서 들어오는 인구가 많은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인접 대전시는 지난 8월 말 153만6286명이던 인구가 10월 말 현재 153만528명으로 줄어들었다.

세종시 인구 증가의 가장 큰 배경은 싼 전셋값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8일 현재 세종시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383만원이다. 인근의 대전은 484만원, 청주시가 466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3.3㎡당 100만원 가까이 싸다.

올해 세종시는 아파트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며 전셋값이 폭락했다. 지난 1월(-0.32%) 입주가 본격화된 뒤 7월까지 계속 떨어졌다.

2012년 입주 당시 2억3000만원대였던 한솔동 첫마을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최근 1억2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인 1-1생활권(고운동) ‘세종EG 더 1’ ‘호반베르디움4차’ 전용 84㎡ 전셋값은 8500만~1억원 사이다. 월세로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수준이다.

대전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쳐온 금성백조주택 이창종 전무는 “세종과 가까운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등에서 젊은 층의 이주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국제고 이어 예술고 개교

학군 기대감도 젊은 부부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종시 초등·중학교엔 상대적으로 젊은 30~40대 교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교사들의 의욕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 새롬동 A공인 관계자는 “이곳 교사들 중엔 젊은 공무원 부인이 많다”며 “요즘은 임용시험에 붙은 뒤 발령 대기기간이 긴데, 세종시는 곧바로 발령 나서 임용시험 성적이 높은 교사가 세종시에 온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한솔동 하나공인중개사 이인범 대표는 “청주나 대전에 사는 사람들이 교육 때문에 이사 오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은 세종국제고가 가장 인기 있고, 내년에 개교하는 예술고도 이미지가 좋다”고 덧붙였다.

대전 오송 등 인근 지역으로 가는 간선급행버스(BRT)가 있어 출퇴근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새롬동 세종부동산 관계자는 “자가용을 타도 대전까지 20분 거리”라며 “공무원뿐 아니라 대전 청주 오송 등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