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푸틴의 패배"…타임스는 "유럽에 대한 가스전쟁 선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추가 가스관인 '사우스스트림' 공사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대해 엇갈린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일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공동기자회견에서 "EU의 비협조적 태도와 가스관 공사 허가를 내주지 않은 불가리아의 결정 때문에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이 사업 실행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스를 다른 지역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은 터키에 대한 가스공급량을 늘리고 가격도 내년부터 6% 내리겠다고 말했다.

사우스스트림 프로젝트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흑해 해저로 가스관을 놓아, 러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불가리아와 세르비아-크로아티아-헝가리-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 등에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올해 초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서 각각 착공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사우스스트림 사업이 EU의 에너지 관련 법률에 저촉된다며 지난 6월 불가리아에 가스관 건설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불가리아는 지난 8월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EU는 사우스스트림 사업이 단일 가스 공급자가 가스관을 완전히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EU 에너지 법률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가스관 용량의 50%를 다른 가스회사 공급용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EU의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버텨왔고 결국 사업 포기 결정까지 내렸다.

러시아 측의 결정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에게는 드문 외교적 패배이자 EU와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에는 드문 승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사우스스트림 사업을 주도해온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서방 제재로 사업에 필요한 차관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 러시아로 하여금 사업을 포기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영국 일간 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에 가스전쟁을 선포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스공급을 늘리려던 계획을 접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미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으로의 가스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5월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 동북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동부 노선'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2018년부터 30년간 중국에 연간 38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계약규모는 4천억 달러(약 410조 2천억 원)에 이른다.

러시아는 이밖에 서부 시베리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 서부 지역으로 공급하기 위한 '서부 노선' 사업 협상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을 확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유럽으로의 가스 수출 확대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확대 사업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서방에 충격을 주려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