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신임 MC사업본부장 북미 시장 정통한 마케팅 전문가

갈수록 격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해온 LG전자가 무선 사업을 총괄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장을 박종석(56) 사장에서 조준호(55) ㈜LG 대표이사 사장으로 교체한 것은 다소 뜻밖으로 비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LG전자는 지난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샤오미에 밀려 판매량 기준으로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이는 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에 따른 영향이 크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점유율 3위를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연간으로도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 점유율을 보면 LG전자는 지난해 2분기 3.9%, 3분기 4.1%, 4분기 4.1%, 올해 1분기 4.2%, 2분기 4.2%, 3분기 5.4%로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3분기 실적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LG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G3를 필두로 한 G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덕분이다.

박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전시회에서 "올해 시장 전체 (평균) 성장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해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밝힌 목표를 100% 달성한 셈이다.

LG전자는 2009년 하반기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본격화한 스마트폰 혁명에 뒤늦은 대응으로 위기를 맞았다.

2010년 10월부터 어려운 시기에 무선 사업 수장을 맡아 스마트폰 사업을 반열에 올려놓은 박 사장이 교체된 것은 건강이 좋지 못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한층 치열해진 스마트폰 전장에서 격전을 치르다 보니 몸이 많이 상했다.

올해 두 번이나 출근을 못할 정도로 매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의 바통을 이을 조 신임 MC사업본부장은 LG전자내 정보통신 분야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하게 밟아왔다.

남용 부회장 때부터 LG전자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 사장은 2002년 44세로 LG전자 부사장에 올라 최연소 부사장 승진 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5년간 북미사업부를 맡아 휴대전화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림으로써 실력을 입증했다.

2007년 ㈜LG로 자리를 옮겨 2008년 부사장으로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에 올랐고, 1년 만인 2009년에는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휘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시카고대학에서 마케팅 석사 과정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전기공학 박사로 CTO(최고기술담당임원) 스타일인 박 사장이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를 북미 시장에 안착시킴으로써 스마트폰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았다면, 조 사장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최고기술자문역(CTA)을 맡아 연구개발 전반을 자문함으로써 무선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을 수 있도록 한 것도 긍정적이라는 것이 내부 평가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조 사장은 북미 이동통신사 등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또한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강점"이라면서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더욱 치열해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