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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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에 연연하는 가여운 학생들
'풍요로운 삶' 사는 공부 배웠으면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
'풍요로운 삶' 사는 공부 배웠으면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
![[한경에세이]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AA.9325114.1.jpg)
2주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능 점수가 발표되면 점수에 맞는 학교, 학과를 찾아 눈치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점수 잘 나온 친구들이 인정받는 사회 풍토 속에서 점수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고 가엽다.
매년 스위스 로잔에서는 발레 꿈나무들의 경연이 열린다. 한국 아이들은 고전발레 작품에서는 테크닉이 뒤지지 않고 오히려 발레의 본토인 서양 아이들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감정표현이 중시되는 ‘컨템퍼러리’ 작품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늘 안타깝다. 교육시스템과 사회환경이 우리와는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늘 시키는 대로 살아가지만 서양 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과 할 일을 스스로 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 로잔에서 우연히 주말 중고 장터에 들렀다가 흥미로운 광경을 봤다.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뭘 하냐고 물어보니 자신들이 어릴 적 쓰던 물건이 이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파는 것이라 했다. 손님을 기다리며 인내심을 배우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과 또렷한 대화를 하니 언어능력도 향상되고 계산, 대인관계에 대한 공부도 현장에서 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지혜롭게 배우고 있는 것이다.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한 공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풍요로운 삶을 계획하는 공부가 학교, 가정 그리고 사회 전체에서 이뤄지길 희망해 본다. 돼지는 목 구조상 고개를 45도 이상 들어 올릴 수 없어 평상시에는 하늘을 못 보고, 오직 먹이만 찾아다니다가 실수로 넘어졌을 때 비로소 하늘을 본다고 한다. 실수했지만 그로 인해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이 한 번의 평가, 한 번의 실수로 낙담하지 않고 더 멋진 세상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김인희 <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aram586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