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모니움, 바삭한 홍새우와 부드러운 광어 튀김…입안 가득 펼쳐진 지중해의 맛
이탈리아 서쪽 지중해상에 있는 사르데냐섬은 온화한 기후와 맑은 바다로 유명한 휴양지다.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기 전 마지막 휴가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이 섬은 새우, 바닷가재, 도미 등이 풍부한 해산물 산지다. ‘사르데냐’란 이름부터가 정어리(sardine)가 많이 나는 데서 유래했다. 자연히 예부터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생겨났다.

아르모니움, 바삭한 홍새우와 부드러운 광어 튀김…입안 가득 펼쳐진 지중해의 맛
서울 한남동에 있는 아르모니움은 사르데냐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사르데냐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로베르토 페차 셰프가 1년에 한두 차례 오가며 메뉴를 개발한다.

평소엔 페차 셰프와 사르데냐에서 7년간 함께 일한 ‘수제자’ 에마누엘레 세라 셰프가 주방을 책임진다. 채진아 아르모니움 대표는 “이탈리아 요리가 전반적으로 색채가 진하고 맛도 강한 편이지만 사르데냐 요리는 더욱 그렇다”며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번 입맛을 들이면 다시 찾게 되는 맛”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모니움은 외국 대사관저로 쓰던 2층집을 개조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담벼락에 붙은 간판이 없다면 가정집으로 착각할 만큼 겉모습은 소박하다. 너비 1m 남짓한 대문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펼쳐진다. 정원을 반쯤 뒤덮은 낙엽과 길게 뻗은 감나무 가지가 운치를 더한다.

내부는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벽과 바닥, 식탁 등은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장식했고 벽에는 프랑스 사진작가 울라 레이머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온통 검고 흰 가운데 테이블마다 꽂혀 있는 노란색 꽃이 도드라져 보인다.

사르데냐의 정통 해산물 요리를 맛볼 차례다. 가지런히 정돈된 새우 위에 보글보글한 거품을 얹은 음식이 가장 먼저 나왔다. ‘버섯, 완두콩 크림 소스를 곁들인 팬프라이드 홍새우’다. 튀긴 새우의 바삭한 식감과 완두콩 크림 소스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우러졌다. ‘생토마토와 매콤한 지브라지오를 곁들인 갓 소스의 크리스피한 광어’는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운 독특한 식감을 냈다. 매운맛을 풍기는 갓 소스를 활용해 생선에서 날 수 있는 비린 맛을 줄였다.

‘주키니를 곁들인 양고기 소스의 탈리아텔레’도 먹어볼 만하다. 파스타의 한 종류인 탈리아텔레는 넓적하게 생긴 모양이 흡사 칼국수를 연상시킨다. 칼국수와 마찬가지로 반죽을 얇게 민 다음 칼로 잘라 만든 면이다. 반죽에 계란 노른자를 많이 섞어 스파게티보다 쫄깃하고, 얇은 만큼 소스를 잘 흡수하는 게 특징이다.

리소토의 재료가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달라 보였다. 아르모니움은 현미나 쌀보리로 밥을 지어 리소토를 만든다. 찰기가 적고 꼬들꼬들한 이탈리아 본고장 리소토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탈리안 정식에 빠질 수 없는 게 와인이다. 아르모니움 와인셀러에 300여가지의 와인을 갖추고 있다.

격식을 갖춘 만남을 원한다면 2층에 있는 프라이빗 룸을 이용하면 된다. 테라스에서 정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2인실은 아르모니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이다. 최대 18명이 이용할 수 있는 큰 방도 있다. 안쪽에 자리잡은 6인실은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한다.

정원과 1층 발코니에도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이제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만 초가을까지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식사할 만하다.

■ 에마누엘레 세라 셰프
“구더기 치즈·새끼 돼지 통구이…낯설지만 정말 맛있어요”


아르모니움, 바삭한 홍새우와 부드러운 광어 튀김…입안 가득 펼쳐진 지중해의 맛
“치즈에 구더기를 넣어 발효시켜 통째로 먹는 건데 아주 맛있어요.”

에마누엘레 세라 아르모니움 셰프(31·사진)는 ‘사르데냐의 대표적인 요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혐오음식’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썩은 치즈’라는 뜻의 ‘카수 마르주’다. 바비큐도 유명하다며 새끼 돼지가 통나무에 발이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진도 보여줬다.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요리는 뭐가 있느냐’고 묻자 그제서야 “해산물 요리가 많다”며 생선 스테이크와 각종 해산물을 넣은 파스타, 리소토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사르데냐 요리는 한국에서 아직 낯설다. 국내에서 대중화된 이탈리아 요리는 로마를 중심으로 한 라치오와 토리노를 중심으로 한 피에몬테지역의 요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르데냐에서 태어나 자라고 요리사로 일한 세라 셰프의 자부심은 높다. 그는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차별화된 요리를 선보이려 노력한다”며 “정통 사르데냐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아르모니움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인의 입맛을 무시한 채 고집만 부리는 것은 아니다. 세라 셰프는 “동서양의 맛을 조화시킨 요리를 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했다. 레스토랑 이름을 이탈리아어로 ‘조화’를 뜻하는 ‘아르모니움’이라고 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세라 셰프는 사르데냐의 미슐랭 원 스타 레스토랑인 사포센투에서 7년간 일하다 지난해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뒤로 습관처럼 매일 새벽 가락시장에 간다. 그날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 와 보니 이탈리아 요리와 어울리는 것이 많다”며 “갓, 열무, 무 등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남2동 657의 37 (02)792-3972

■ 메뉴
점심코스 3만6000~4만9000원
저녁코스 8만5000~13만원

■ 영업시간
점심 낮 12시~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6시~9시30분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