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정재찬 후보자의 일성이 주목된다. 그는 한경과 인터뷰에서 “심판인 공정위가 레드카드를 남발하면 시장질서를 망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검찰고발도 남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대 공정위 수장들도 부임하는 순간에는 한결같이 시장친화적, 기업프렌들리를 외치곤 했다. 하지만 실무자들에 에워싸이고 조직논리에 포획되면서 정반대로 내달리곤 하던 것이 현실이다.

정 후보자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한다면 먼저 우리 사회에 경쟁을 틀어막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깃발 아래 정부개입을 극대화한 일련의 법률부터가 그렇다. 동반성장, 중기적합업종 등 최근 몇 년 새 급속히 팽창해왔던 반시장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와 행정 부처가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제도와 규제는 한결같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을 잘게 분할하는 것들이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는 방치한 채 기업들만 소환해 머리를 쥐어박는다고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가 착근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 과징금이 법원에서 부정되고 검찰고발이 무혐의 처분 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정부의 행정지도는 모른 척하고 기업들만 벌주어 왔다. 최근의 일만 하더라도 보험업계 변액보험 수수료건부터 소주업계 담합문제, 국책사업 담합 과징금까지 끝이 없다. 이는 정 후보자가 강조한 건강한 경쟁질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새 위원장의 부임을 계기로 공정위의 깊은 성찰을 요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