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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예산심의장의 민원인들, 예산을 뒷거래로 만들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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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 남은 국회의 예산심의장 주변이 진풍경이다. 서류봉투를 움켜쥔 행정부처 공무원들, 기업이나 각종 단체 관계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힘깨나 쓴다는 의원실에는 매일 100명 이상씩 찾아든다니 문턱이 닳을 정도다. 376조원 규모의 나라살림이 항목별로 확정되는 다음주까지 이어질 진풍경이다. 변한 것은 쪽지가 카톡으로 옮겨갔다는 정도다.

    의원들의 지역 민원사업이 메모쪽지로 슬쩍 끼어드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올해부터는 눈에 안 띄는 카톡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공무원 민원인 등 소위 넥타이족들이 대거 의원실로 몰려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단순히 오래 계속돼 왔던 풍경이므로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무소불위 입법권보다 더 막강한 무소불위 예산심의권을 행사하는 낡은 장면에 불과하다. 심의권은 편성권과는 달라서 개별 민원인으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협상할 대상이 아니다. 예산심의는 예산을 편성한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지, 전국의 예산 관련 민원인을 직접 불러다 협상을 거쳐 예산을 새로 짜도록 요구하는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행정부에 대한 중대한 권한 침해일 수도 있다.

    개별 행정부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개별 부처들이 기획재정부를 건너뛰어 의원들을 통해 로비를 하고 전체적인 예산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되는 일이다. 각 부처 공무원들이 줄지어 의원들 방에 들락거리는 이런 무질서는 대체 누가 허락하고 누가 조장하는 것인가. 기재부가 예산편성권을 갖는 것은 전문관료들이 나라살림을 냉정하게 편성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민원인들이 저마다 이익에 따라 국회를 들락거린다면 정부의 예산균형이라는 것은 곧바로 무력화되고 만다.

    예산심의는 말 그대로 심의에 그쳐야 한다. 편성은 명백히 정부의 업무다. 예산협의 창구도 기재부의 예산실로 한정하고 민원인의 출입은 일일이 기록해 이를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때다. 그래야 예산부수법안도 아닌 다른 법률들이 예산안과 거래되는 낡은 정치도 근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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