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세 인상에 발목이 잡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연율 -7.1%) 급감한 데 이어 3분기마저 0.4%(-1.6%)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물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주가만 올라 자칫 아베노믹스가 ‘돈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발표된 일본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이어 증세 여파가 이어졌다. 개인소비는 전 분기 5.0% 감소에서 0.4% 증가로 돌아서긴 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주택투자와 기업 설비투자는 각각 6.7%, 0.2%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민간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제스퍼 콜 JP모간 일본 담당 수석전략가는 “소비세 인상이 일본을 경기침체로 밀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 정부의 조기 예산 집행으로 정부투자는 2.2% 늘었고, 수출은 1.1% 증가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과 동시에 금융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성장전략의 ‘세 가지 화살’을 뽑아들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지난달 추가 양적 완화를 결정하면서 연간 80조엔 규모의 돈을 시중에 풀고 있다. 이로 인해 아베 정부 출범 이후 엔화가치는 40%가량 떨어졌다. 자동차 등 수출기업들은 올 상반기(4~7월)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고, 닛케이225지수는 7년 만에 처음으로 17,000선을 넘기도 했다.

기업 이익 증가가 고용 확대로 이어졌지만 임금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지난 9월까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소비 회복이 더딘 이유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 현장 등의 일손 부족으로 인해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성장전략의 경우 법인세 인하 등 핵심 내용이 아직 실행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금융 완화를 제외하곤 별 효과를 내지 못한 채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추가 인상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나타남에 따라 아베 총리가 18일 소비세 추가 인상 연기를 결정한 후 의회를 해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법에 명기한 추가 인상 시점을 연기하기로 하는 만큼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묻겠다는 이유에서다. 차기 총선은 내달 14일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날 닛케이 225지수는 성장률 충격에 전날보다 2.96% 급락한 16,973.80에 마감해 17,000선이 무너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순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