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호주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브리즈번=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호주 브리즈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브리즈번=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10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15일엔 한·뉴질랜드 FTA 협상이 잇따라 타결되면서 한국의 FTA 경제영토는 60.8%에서 73.4%로 확대됐다. 한·뉴질랜드 FTA에서는 한국이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뉴질랜드는 공산품 시장의 빗장을 열었다. 뉴질랜드에 승용차 철강 기계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한국과 소고기 목재 낙농품 등을 한국에 수출하는 뉴질랜드는 상호보완적인 무역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 FTA로 뉴질랜드는 한국산 제품 수입(수입액 기준)의 92%에 해당하는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7년 안에 전체 수입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한국은 수입 관세의 48.3%를 즉시, 96.4%를 15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타이어·세탁기 등 관세 철폐

뉴질랜드와의 FTA를 통해 수혜를 볼 대표적인 한국산 제품은 타이어, 자동차부품, 세탁기 등 공산품이다. 현재 5~12.5%인 타이어 관세가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되고, 5%인 자동차부품 대부분의 관세가 3년 내 없어져 뉴질랜드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세탁기도 협정이 발효되는 대로 관세가 철폐된다. 냉장고(5%)와 건설중장비(5%)는 3년 내 관세가 사라진다. 한국은 지난해 뉴질랜드에 2081만달러어치의 타이어와 332만2000달러어치의 자동차부품을 수출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수출액은 각각 89만3000달러, 675만9000달러였다.

수출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질랜드의 개방무역 정책에 따라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은 대부분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대(對)뉴질랜드 3대 주요 수출 품목인 휘발유(수출 비중 29.9%), 경유(17.8%), 승용차(15.0%)에 붙는 관세는 현재 0%다.
[韓·뉴질랜드 FTA 타결] 한국産 세탁기·타이어 '수출 늘고'…뉴질랜드産 소고기 '빗장 풀고'
◆소고기 개방, 축산업계 우려

반면 국내 축산업계의 피해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쌀을 비롯해 삼겹살 사과 감귤 마늘 등 주요 농산물 199개 품목은 시장개방에서 제외했지만 뉴질랜드가 경쟁력을 갖춘 소고기는 FTA 발효 시점부터 15년 후 관세(현행 18~40%)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뉴질랜드산 소고기는 호주와 미국에 이어 한국 내 수입 소고기시장 점유율이 3위다. 한국은 지난해 1억1400만달러어치의 뉴질랜드산 소고기를 수입했다. 뉴질랜드와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농산물 분야에선 65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축산업 분야에선 3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농·축산업계 피해를 고려해 신선·냉장·냉동 소고기에 대해 농산물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도입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는 “호주 캐나다에 이어 축산 강국과 FTA를 체결해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돼지고기(관세율 18~30%)는 삼겹살과 넓적다리·어깨살 등이 시장개방에서 제외됐으나 나머지 부위는 7~18년 뒤에 관세가 철폐된다. 닭고기(18~27%)는 18년이 지나면 무관세화된다. 치즈(36%)는 종류에 따라 7~15년, 버터(89%)는 10년, 조제분유(36~40%)도 품목에 따라 13년과 15년 뒤 관세가 각각 없어진다. 높은 관세율(45%)에도 한국 수입 시장 점유율(81.5%)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뉴질랜드산 키위에 대한 관세도 6년 내 철폐된다.

세종=심성미/조진형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