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生氣는 땅 속에 흐른다
‘어떤 장소의 특정 기운을 잉크로 뽑아 쓰는 떠돌이 화전민.’

한 소설가가 내린 작가에 대한 정의다. 자연의 맛과 인간의 멋이 적당히 익으면 작품이란 이름의 정신이 태어난다. 풍토의 자양분을 뽑아낸 위대한 작품들이 한 사발 탁주처럼 걸죽하다. 자연은 기운(氣運) 덩어리다. 기운은 영어로 딱히 옮겨 쓸 말이 없다. 기(氣)의 개념이 서양에 전해지던 초기에 energy, vitality, vigor, strength 등의 단어가 이젠 chi(치), ki(키)로 불려진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 챈 서양인의 양심 선언이다.

동양학에서 기의 개념은 생명에서 시작됐다. 키우고 먹이고 재우는 근본 중에 두 발이 머무는 땅의 기운은 지기(地氣)다. 헌데 지기는 고맙게도 땅 속에 묻힌 파이프 라인처럼 지중을 돌아다닌다. 그중 출중한 한 선을 따서 산 자와 죽은 자에게 나눠주는 과정이 바로 택지(擇地)다. 기왕지사 좋은 기운인 생명지기(生命地氣)를 찾으면 부족함이 없다.

허나 일반인이 생기를 찾기란 해운대 모래밭에서 쌀알 찾기다. 노후에 내 몸을 의탁할 주택지를 찾을 때 좋고 나쁨을 판별해낼 도리가 없다. 이럴 땐 선조들의 혜안을 빌려오는 것이 특효다.

먼저 맑은 날 자그마한 삽을 준비해서 대지 중앙에 선다. 낙엽, 곤충 사체, 머리카락, 비닐 조각 등이 섞여 있는 부엽토를 말끔히 걷어낸다. 그 아래 생토가 보이면 가로×세로×깊이를 한 자(약 30㎝) 길이로 파낸다. 파낸 흙은 잘 모았다가 곱게 갈아 다시 구덩이에 모두 넣어 채운다.

그렇게 하루 밤을 지새고 다음날 현장을 방문하자. 땅이 꺼져 요(凹)의 모양이면 하질(下質)의 땅, 어제 모습 그대로 평평하면 중질(中質)의 토양, 땅이 솟아 철(凸)한 형상이면 상질(上質)의 대지라 본다.

과학적으로 추론하자면 이렇다. 생기(生氣)라는 존재는 땅 밑을 다닌다. 다닌다는 것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은 에너지다. 인간에게 이로운 에너지는 따뜻하다. 따뜻함은 부피를 늘리고 땅을 봉긋이 솟아오르게 한다. 이 방법은 집을 짓던 대목들이 땅의 품성을 알아보기 위해 쓰던 생활의 지혜다.

[풍수로 보는 재테크] 生氣는 땅 속에 흐른다
땅의 기운을 가두고 모으는 역할은 건축물의 몫이다. 살아있는 나무를 기둥이나 보로 쓸 때도 반드시 기운의 방향을 중시했다. 땅기운을 먹고 살던 나무의 방향성은 뿌리에서 가지 쪽이다. 당연히 나무의 밑동과 윗동을 명확히 나눠 기둥을 세웠다. 기둥 위의 모든 각재는 집의 중앙 대들보를 향했다. 결국 땅의 기운이 온 집안에 퍼져 사람을 이롭게 하자는 취지다. 집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의 기운이 음식의 맛에 풍미를 더하듯 땅이 주는 기운은 사람의 정신을 키운다. 기운을 뽑아 쓰는 작가처럼 말이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