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치가들의 표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천자칼럼] 정치가들의 표정](https://img.hankyung.com/photo/201411/AA.9274416.1.jpg)
설문 결과 반응들이 비슷했다. 표정이 선천적이며 만국 공통이라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발간된 책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다. 그가 종의 기원을 쓴 지 13년 뒤의 일이다.
인간의 표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한 학자는 미국의 폴 에크먼이다. 그는 43개의 주요 얼굴 근육과 미세 근육의 복잡한 작용으로 나타나는 수천가지의 표정을 일일이 관찰했다. 그리고 기쁨과 놀람 무서움 슬픔 분노 혐오 등 6가지를 기본적인 표정으로 규정했다. 재미있는 건 미소에 대한 연구다. 미소는 역설적이지만 행복하지 않을 때 자주 나타난다. 다른 감정이 숨어있을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소는 전염성이 강한 특성이 있다.
에크먼은 특히 사람들이 왜 자신의 얼굴 표정을 통제하는가에 주목한다. 개인적 직업과 역할 등으로 인해 감정 통제가 이뤄지고 사회적 관습도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일본처럼 감정이 통제된 사회에선 얼굴 표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감정이 통제된 사회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작 표정 관리가 필요한 직업은 대통령 및 기업의 CEO다. 국가와 기업의 아이콘이 이들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얼굴 표정에서 미국인들은 자긍심과 애국심을 가졌다. 기업 CEO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표정에서 기업의 미래가 읽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제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사진이 화제다. 아베 총리는 붉어진 얼굴에 매우 계면쩍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반면 시진핑 주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채 미소없이 악수를 하고 있다. 자국의 국민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내부 선전용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이 과잉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