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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중 FTA 對 한·미 FTA의 정치논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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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 타결된 한·중 FTA에 대한 평가를 놓고 말들이 많다. 한국이 얻을 실익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및 EU와의 FTA와는 달리 불리해지는 측면도 적지 않아 고려해야 할 요인이 많았던 협상이었다. 정부 내에서조차 이 정도의 합의를, 그것도 한·중 정상회담을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서둘러 마무리지어야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개방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이 개방을 최소화하려면 중국의 개방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 서비스 분야는 중국의 양보를 적극 끌어냈어야 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금융 통신 등은 아예 빠졌다. 중국 현지화가 상당히 진전된 자동차 반도체 LCD가 제외된 것은 그렇다고 해도 석유화학 기계 철강 같은 주력 수출상품들에 대한 혜택도 별 게 없다. 데드라인이 정상회담 개최일이라며 스스로 발을 묶어놓고 협상했던 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는 1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품목이 한국 9690개, 중국 5846개라면서도 어떤 품목이 해당되는지 리스트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원산지 문제 역시 어떻게 합의됐는지 발표가 없다. 그렇다고 북핵 등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무슨 득을 본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체결부터 하고 보려는 바람에 중국 페이스에 말려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견제하기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P) 등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이번 FTA 체결로 이런 구상에 참여해달라는 중국의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물론 미국은 중국의 FTAAP에 반대하고 있고, 한국의 AIIP 참가도 만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TPP에 가입할지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중국의 FTAAP 로드맵에 대한 지지 발언을 했다. 통상외교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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