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엊그제 추가적인 금융 완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4월 연간 60조~70조엔의 본원통화량을 확대키로 한 데 이어 이번에 연간 10조~20조엔을 추가로 늘려 연간 최대 80조엔까지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일은(日銀)은 이를 통해 올해 말 275조엔, 내년 말에는 355조엔까지 본원통화를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4월의 본원통화 발행액이 135조엔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거의 두 배, 내년 말이면 2.7배가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 양적 완화 종료 발표 이틀 만에 신속하게 단행된 일은의 결정이었지만 정책위원(금통위원) 9명 중 4명이 반대하는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당장 엔화가 달러당 112엔대로 오르는 등 시장은 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지난 2년 동안 2%의 물가상승 목표를 설정하고 과감한 금융완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광공업생산은 확실히 지속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고 기업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9월 고용자수는 역대 최고다. 하지만 투자는 늘지 않고 경상수지는 적자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소비세 증세 이후 일본 경기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소비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인플레이션율이 1%에 그치고 있다. 결국 꺼져가는 아베노믹스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일은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번 2차 양적 완화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가 한국 경제에 비상한 영향을 줄 것임은 확실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으로 떨어지면 한국의 총수출이 4.2% 감소하고 900원까지 내려가면 8.8%나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전자는 더욱 깊어진 엔화약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스마트폰과 자동차업종의 10월 수출은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대외환경에 악재가 널려 있는 마당이다. 수출전선의 전열을 가다듬고 국내적으로는 신속한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