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가을, 검색에서 사색으로
지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인터넷 창을 열어 ‘최근 검색어’ 목록을 보면 아마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해 왔는지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인의 뇌는 머리가 아닌 손끝에 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우리는 생각의 많은 부분을 검색으로 해소하고 있다.

검색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일상의 궁금증이나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얻기도 하고 모르는 단어와 역사적 사실까지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과 고민, 그리고 깊은 사색이 없이 얻어진 정보는 마치 굶주린 아이에게 인스턴트 냉동음식을 먹이는 것과 같다. 즉각적인 포만감을 줄 수는 있지만 성장을 위한 영양분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료-정보-지식-지혜라는 체계가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매일 날씨를 기록한다면 그것은 자료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비가 오는 시기와 오지 않는 시기를 구분한다면 그것은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예측해 농사를 짓는다면 그것은 지식이다. 마지막으로 지식을 창조적으로 활용해 우기와 건기에 적합한 농작물을 2모작, 3모작으로 경작한다면 그것은 지혜다.

이렇게 정보는 진화의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그 진화는 검색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 끝없는 고민과 반론,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색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바로 이런 깊은 사색의 과정을 거쳐 창조적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2시간에 달하는 반면 평균 독서시간은 성인 23.5분, 학생 44.6분에 그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언이 ‘나는 검색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게 될 판이다.

‘검색에서 사색으로’라는 표어는 필자가 장관을 지내던 2011년 독서의 달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의 슬로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사색에는 원료가 필요하다. ‘무엇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제공하는 원료이다. 사색을 위한 최고의 원료는 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의 고민과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생각의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설과 문학 등을 통해 우리가 체험해 보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 가을, 우리를 깊은 사색으로 안내할 책 한 권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계절이 될 것이다.

정병국 < 새누리당 의원 withbg@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