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4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세계 자본시장 올림픽’이라 불리는 ‘2014 세계거래소연맹(WFE) 총회’가 20년 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300여명의 각국 거래소 관계자가 모인 이번 행사의 화두는 기업공개(IPO) 확대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였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선 우수 기업을 증시에 유치해 ‘새 피’를 수혈하고, 파생시장을 통한 원활한 ‘자금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각국 거래소 관계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 “중소기업 상장 장벽 없애야”

"中企 영입해야 자본시장 활력…IPO문턱 낮춰야"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WFE 총회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이번 총회에서 세계 자본시장 살리기를 위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 경기회복 불확실성을 극복할 국제적인 공조 방법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선 실물 경제 성장을 위해 IPO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해 세계 IPO 건수는 853건으로 2010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데이비드 라이트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사무총장은 “유럽 등 각국 거래소가 중견·중소기업의 상장을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며 “대기업에나 맞는 획일화된 상장 기준을 고집하지 말고 중소기업에 적합한 독자적인 IPO 절차를 마련해 상장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르스 록시거 스위스증권거래소 사장도 “각국 거래소가 매력적인 상장 유인책을 내놓기보다 엄격한 상장 조건만 제시하다 보니 상장 유지비용만 올라갔다”고 거들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치 못하다”며 “중소기업이다 보다 쉽게 자금을 조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파생상품 살리기’ 양면작전

파생상품시장의 ‘성장판’을 자극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검토됐다. 선물거래가 현물거래를 자극해 시장 활성화를 촉진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우선 중앙청산소(CCP)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CCP는 거래소가 청산기관이 돼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에 거래를 보증하고 결제를 책임지는 것이다. 금융회사 한 곳이 파산하더라도 CCP가 대신 결제해 연쇄 파산을 막는 효과가 있다.

푸핀더 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사장은 “장외파생상품 시장의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CCP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한국에선 지난 6월 금리스와프에 대한 청산 서비스를 시작했고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개장도 곧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회의에선 파생상품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코로케이션’ 서비스 도입도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코로케이션’은 증권사의 주문 서버를 거래소 정보기술(IT) 센터 안에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대규모 주식을 거래해 차익을 얻는 ‘고빈도 매매(HFT)’에 관한 시장 수요를 반영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국내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CME는 한국거래소 지분 매입을 고려 중이다. 길 CME 사장은 “만약 허용된다면 한국거래소의 긍정적인 측면에 동참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길 사장의 관심 표명 수준”이라며 “아직 입장을 밝힐 만한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