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中·작아지는 한국기업] 이승철 "기업규모 커질수록 규제도 증가…성장 가로막아"
한국 주력 산업의 부진은 중견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않으려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경비즈니스의 ‘한·중·일 100대 기업’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국 기업이 특정 업종에 편중된 현상을 해소하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터팬 증후군’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혜택은 사라지고 각종 규제와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성장을 기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덩치 키우는 中·작아지는 한국기업] 이승철 "기업규모 커질수록 규제도 증가…성장 가로막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사진)은 지난 17일 강원 춘천에서 열린 기자단 세미나에서 “자산규모 2조원 이상 5조원 미만 기업은 주요 규제를 21개만 받으면 되지만,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커지면 규제 건수가 44개로 2배 이상 늘어난다”며 “이런 규제 증가가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꺾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증자료로 30대 그룹 신규 진입과 기업의 상장률을 제시했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2~4개의 그룹이 새로운 30대 그룹으로 진입했으나 2004~2010년에는 1개로 줄어들더니 그 이후에는 전혀 없다.

상장률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장 요건을 충족한 기업 664개 중 22개사가 상장했으나 지난해엔 811개 중 4개만 상장했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가능 기업 60개사 중 상장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산업의 편중 현상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제조업에 편중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서 신규 업체 3개 이상을 배출한 8개국 중 업종 불균형이 가장 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증가하는 ‘큰 돌이 정 맞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런 기업규모별 규제를 개선해야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