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들려주는 남자, 개코의 솔로 데뷔 이야기
[박윤진 기자] 10년 이상의 활동기를 거치며 마니아와 대중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든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첫 솔로 앨범을 내놨다. “다이나믹 듀오의 1/2이 아닌, 개코의 2/2다”라고 설명했을 만큼 수록곡 하나하나의 밀도 높은 짜임새가 그것을 정당화한다.

10월15일 개코는 자신의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REDGRAY)’의 트랙리스트를 선 공개하는 비공개 프레스 청음회를 열고 앨범 작업 뒷이야기 등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총 17곡. 두 장의 CD로 구분되는 이번 앨범은 개코의 개인적인 얘기들을 내적으로 파고들며, 스스로의 목소리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사실 트랙에 실린 곡들은 앨범으로 기획하기 위해 만든 곡이 아니라 기분 날 때 싱글로 한 곡씩 던지려고 만든 것들이다.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노래가 쌓이게 됐고, 그렇게 첫 솔로 앨범 ‘레딘그레이(REDGRAY)’의 열일곱 음원이 모였다. 애초에 의도치 않았던 결과물들이기에 앨범 안에 집합한 개별의 수록곡은 사실 불균형 속에 이룬 조화라 칭할만하다.

개코는 이번 앨범에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를 부렸다. “싱글로 한 곡씩 발표하는 건 전부 타이틀이 될 수 있지만 전체 흐름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이런 느낌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등의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전곡이 타이틀이었으면 하는 욕심도 부렸고 그만큼 열심히 만들었다”면서 “거창한 평가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전체 흐름을 많이 고민한 것들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레딘그레이’라는 앨범명 그리고 ‘회색도시 속 인간의 감정’이란 주제의 틀 안에 각 트랙의 속마음을 선명히 전달하는데 가사는 무난하지 않은데다, 희망 혹은 절망, 가벼움 혹은 무거움이라는 인간이 겪는 여러 정서에 발을 담갔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스토리텔러가 되다
힙합 들려주는 남자, 개코의 솔로 데뷔 이야기
앨범을 여는 곡은 ‘될 대로 되라고 해’이다. 개코는 “작년에 발표한 싱글이다. 음악에 관한 열정, 대하는 태도, 가사의 언어유희를 많이 이용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곡이다”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은 스페셜리스트들의 든든한 존재감이 빛을 발한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 자이언티, 최자부터 핫펠트(예은), 에일리, 도끼, 양동근이 참여 했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화장 지웠어’에서는 자이언티와 예은이 함께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에도 참여해줬고 원 테이크로 찍은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다.

개코는 “처음 키워드가 ‘오빠 나 화장 지웠어’였다. 남녀 사이에서 부정의 의미지. 이전에 발표한 ‘자니’랑 비슷한 맥락일 수 있어서 어떻게 풀까 고민했고 남녀 관계를 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다. 밀고 당기기를 하는 두 남녀는 진도도 다 뺐고 그런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다 결국 사이가 멀어졌는데 뒤 늦게 남자가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여자의 식은 마음이 ‘화장 지웠어’라는 텍스트를 통해 표현된다”고 디테일한 설명을 곁들였다.

두 번째 타이틀 ‘장미꽃’은 사랑하는 남자에게 맞춰가면서 자신의 색을 잃어가는 여자들을 주제로 삼았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배우 겸 가수 양동근이 열연했다.

“낯설 수도 있을 것”이고 언급한 개코는 이 곡에 대해 “세레나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보통 세레나데하면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이겠으나 저는 어둡게 만들었다. 이 대상은 와이프고. 아내의 느낌, 그 에너지를 오랜 시간 관찰하면서 만들었다. 한 곡쯤 꼭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개코는 수록곡 중 하나인 ‘은색 소나타’라는 곡도 소개했다. 이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모티브를 딴 은색 소나타는 소위 중산층이라 불리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라 생각했다고.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좀 더 상상을 보태서 노래를 만들게 됐고, 1절은 가장들이 겪는 소통의 부재 속 외로운 아버지의 이야기, 2절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엄마, 3절은 치열한 삶 속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아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다 이해하고 통찰할 수 있는 건 아녔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 단절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

소소하게 겪은 일상부터, 날카로운 시각으로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 본 삶의 이야기들까지 지극히 감상적이나 때론 자극적이기도 한, 주제 의식 가득한 곡들을 앨범에 꾹꾹 눌러 담았다.

또 디지털 음원을 선보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굳힌 요즘 시대에 역행이라고 하기엔 좀 뭐 하나 적어도 감성과 공감의 키워드가 기막히게 잘 들어먹는 타이밍에 선뵌 앨범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높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개코는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들과 좀 더 가까운 호흡을 하려 했으면서도 대중성을 타깃으로 두지 않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팠던 사심을 청음회를 통해 드러냈다. 그런 부분에서 만큼은 비슷한 영역의 뮤지션 사이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특별한 세계관이 포착된 것이기도 하고.

“최자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음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하고 싶지 않았다. 아메바컬쳐가 가진 색깔이 그런 것 같다. 레이블마다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다 잘하고 있지 않나. 많은 레이블들이 자기 색깔을 내면서 긍정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좋더라. 더 시너지를 내면서 해 보고 싶었다”

새 옷 아닌 익숙한 개코의 냄새
힙합 들려주는 남자, 개코의 솔로 데뷔 이야기
사연 가득한 열일곱 수록곡의 깊은 뜻을 속속들이 알긴 어렵겠지만, 깊어가는 가을 이 노랠 들으며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 건 바로 우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코의 이번 앨범은 언제든 문을 두들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아지트와 같은 존재이고. 이를 공감할 귀가 많다면 귀로 듣는 것 외에 눈으로 보는 활동(콘서트 등)으로도 더 자주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앞선다.

첫 등장 당시 개코는 “신인가수라 소개해야하나”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청음회를 통해 몇 개의 수록곡들을 듣고 난 뒤 떠올린 것은 이번 앨범이 신인이라는 존재감에서 풍기는 새 옷 같은 냄새가 아닌 개코다운 채취가 잔뜩 묻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듣기에 어울릴만한 장소를 떠올려봤다. 황량하리만큼 메마른 회색도시에서 드러나는 사랑, 이별, 분노, 감동, 질투 등 인간의 붉은 빛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앨범의 주제이기도 한 ‘회색도시 속 인간의 감정’이라 했듯.

곡들을 통해 위로코자 했던 사람들 중 하나인 직장인에게는 사무실 공간이 회색도시 같을 것이고, 가사에 피로를 느낀 주부에게는 집이 그러한 장소일 것이다. 또 입시로 치열한 삶을 사는 청소년들에게는 학교나 학원이 그런 장소일 것이다.

일단 남녀노소 취향을 불문하고, 개코의 첫 솔로 앨범을 권한다. 각자의 위로 받고 싶은 공간에서 그곳을 헤치며 걷는 이들의 발걸음에 실리는 리듬감은 든든한 위로가 되어 줄테니까. (사진제공: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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