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가스통과 계약 갱신 요구. 러시아는 거부 입장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말미암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사태가 해결될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우크라이나 국영가스기업 '나프토가스'가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을 상대로 또다시 국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나프토가스는 스톡홀름 국제중재재판소에 가스프롬과의 유럽행 가스통과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의 약 50%를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운송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통과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나프토가스는 소송장에서 유럽행 러시아 가스의 통과 수수료 산정 기준 등 계약 내용을 유럽 기준에 맞게 바꿀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가스프롬의 유럽행 가스 공급량 축소에 따른 배상도 신청했다.

계약에 따르면 유럽행 가스의 연 최소 통과량은 1천100억 세제곱미터(㎥)이나 가스프롬이 지난해엔 860억㎥, 2012년엔 860억㎥만 공급함으로써 통과 수수료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나프토가스는 지난 7월 말 가스프롬에 통과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와의 통과 계약을 갱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가스프롬과 나프토가스가 앞서 각각 스톡홀름 재판소에 신청한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다시 제기됐다.

나프토가스는 가스프롬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에 대한 공정한 시장 가격 설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가 지고있는 44억 달러 상당의 체불 가스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추가로 제기된 소송이 EU의 중재로 해결 조짐을 보이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그전까지 1천㎥당 268달러였던 가스가격을 485달러로 크게 올렸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할인하고 2009년 체결된 불합리한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갱신할 것을 요구하면서 연체된 가스 대금 지급을 미뤘다.

그러자 러시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가 미리 지불한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스만 공급하는 선불공급제를 채택하고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가 선불 지급과 밀린 가스 대금 변제를 거부하면서 지금까지도 가스공급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지난달 말 러시아, 우크라이나, EU 대표들이 독일 베를린 3자회담에서 러시아의 가스공급 재개와 우크라이나의 채무 일부 상환에 합의함으로써 분쟁 해결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