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歡迎訪問明洞(명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5일 오전 서울 명동에는 중국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0월1~7일)를 맞아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명동 일대 화장품숍과 의류 매장은 아침부터 문을 열기 무섭게 유커들이 몰려들었다. 길 건너편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관광버스가 꼬리를 물며 오갔다. 백화점 9~11층에 있는 롯데면세점 본점을 방문하려는 유커들을 싣고 온 버스였다.

유통업계가 유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인 16만명이 한국에 다녀갈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국경절 때보다 35%가량 늘어난 규모다.

서울에 온 유커들은 명동, 동대문시장, 강남 등지를 돌며 화장품과 옷, 명품 시계, 각종 먹거리 등을 구입한다. 보통 3박4일 일정으로 와서 하루 숙박한 뒤 롯데면세점 본점 등 명동 일대를 다녀가고 그 다음날 대형마트에 들른다. 중간중간 경복궁, 남산 등을 관광하고 마지막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한 차례 더 쇼핑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큰손 유커’들은 압구정동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하고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쇼핑을 한다.

이날 롯데면세점 본점은 개점과 동시에 유커들이 밀어닥쳤다. 유커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화장품 중 하나인 설화수 매장은 결제를 하기 위해 선 줄만 20m 넘게 이어졌다. 한 국산 화장품 브랜드의 마스크팩은 5분 만에 진열된 상품이 다 팔렸다. 이 매장의 직원은 “중국인은 물건을 한두 개만 사는 법이 없다”며 “2만원짜리 상품을 수백만원어치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 전기밥솥과 원액기, 녹즙기도 유커들의 쇼핑 리스트 상단에 오르는 품목들이다.

국경절 연휴가 시작된 이후 롯데면세점 본점을 방문한 유커는 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다. 중국인 쉬옌훙 씨(27)는 “한국 화장품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며 “선물용으로 마스크팩 10개를 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유커들로 붐볐다. 대형마트는 최근 중국에서 한국산 식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커들의 새로운 쇼핑 코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매장 곳곳에 중국어 안내문이 걸려 있었고 계산대 근처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상품만 따로 모아놓고 파는 진열대도 있었다. 김, 홍삼, 한방샴푸, 과자 등이 인기 품목이다. 중국인 대학생 진화 씨(22)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 과자가 고급 간식으로 인기”라며 “파이, 스낵 등을 많이 샀다”고 했다.

명동 일대 호텔도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이 대목이다. 세종호텔은 이달 1~9일 객실 점유율이 95%로 만실에 가깝다. 이중 25%가 중국인이다. 이 호텔의 국경절 중국인 투숙객은 작년보다 30%가량 늘었다.

압구정동 일대는 ‘의료 관광’을 온 유커들로 붐볐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도산대로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성형외과 70여개가 성업 중이다. 한 성형외과는 중국인 사진과 함께 ‘동안정형(童顔整形)’ ‘지방이식(脂肪移植)’ 등이 적힌 광고판을 내걸었다. 건물 전면을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으로 꾸민 성형외과도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커 중에서도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압구정동에서 성형수술을 한 뒤 현대백화점본점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유승호/이현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