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50년, 경제 도약 50년] 1억弗 수출하는데 307일 →  210분…세계가 더 놀란 '한강의 기적'
짧은 기간 안에 비약적 발전을 이뤄낸 지난 50년간 한국의 경제사는 ‘기적’에 가깝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제외하곤 20세기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1964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55달러(당시 환율로 9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아시아의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프리카 최빈국인 가나나 가봉 같은 국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소 배를 곯던 사람들은 어쩌다 먹거리가 생기면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두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1960년대 평균 밥그릇 크기는 600mL나 됐다.

하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육류 섭취가 늘면서 밥그릇은 2000년대 290mL까지 줄었다. 고열량 식품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쌀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다. 50년 전 9만원이었던 1인당 GNI는 지난해 2만6205달러(약 2870만원)로 100배 넘게 뛰었다. 도시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도 통계집계를 시작한 1963년에는 5990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엔 502만원으로 50년 만에 1000배 가까이 늘었다.

삶의 질도 높아졌다. 1966년 0.7대에 불과했던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등록대수는 300.3대(2013년 기준)로 폭증했다.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50년 전 9만5000명에서 현재 1826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휴대폰(카폰 포함) 사용자는 80명에서 7186만명(복수사용자 포함)으로 급증했다.

1억달러를 수출하기까지 1964년엔 307일이 걸렸지만 지금은 3시간30분이면 된다. 수출 규모가 크게 늘면서다. 50년 전 1억1905만달러였던 수출액은 지난해 5596억3243만달러까지 뛰었다. 금융시장도 천문학적인 속도로 발전했다. 4억원 규모였던 1956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1977년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1993년 100조원, 지난해엔 1186조원까지 증가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도 1970년 61.9세였던 것이 2012년엔 81.4년까지 훌쩍 뛰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50년 동안 기대수명이 20년이나 늘어난 것이다. 1980년 집계 당시 1조4000억원 수준이던 국민의료비는 2012년 97조1000억원으로 1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50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이 7111억원(1964년)에서 1428조3000억원(2013년)으로 급증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50년 전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13%, 농림어업 비중이 36%에 달하는 낙후된 산업구조였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져 1964년 무역수지는 2억8529만달러 적자였다. 무역수지 불균형은 대부분 해외 원조로 충당해야만 했다. 한국 정부는 독일에서 차관을 들여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탄광을 개발하고, 철도를 놨다.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택하면서 중화학 공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해 경제 고속성장의 기틀을 만들었다. 5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은 이제 후발국들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

고은이/김유미/마지혜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