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모비스보다 현금 적어, 멕시코공장 신설도 부담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받으면서 차입 없이 비용을 조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 3사는 별다른 차입 없이 비용을 조달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멕시코 공장 신설 등 자금 수요가 많은 기아차가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전 부지 매수액 10조5천500억원 가운데 현대차가 5조8천25억원(55%)을,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는 각각 2조6천375억원(25%), 2조1천100억원(20%)을 부담한다.

이는 현대차그룹 3사의 현금화 가능 자산을 고려하면 부담하지 못할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17조7천억원이며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각각 6조1천억원, 5조7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쌓아뒀기 때문이다.

3개사는 부지의 고가 매입 논란이 일자 최근 증권사 연구원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어 차입 없이 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3개사는 설명회에서 부지 매입과 관련해 차입을 고려하지 않으며 생산설비 증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입금 없이 인수를 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도 시장에서는 현금 동원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기아차의 회사채 발행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전 부지 매수액(10조5천500억원)에 서울시에 대한 기부채납과 취득세 등을 더하면 본격적인 개발까지 12조2천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증권은 12조2천억원 가운데 기아차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3조7천억원으로 분석했다.

현금성 자산(5조7천억원)에서 차입금(3조3천억원)을 뺀 기아차의 순현금 규모는 2조4천억원 수준이라 결국 기아차의 부담액(3조7천억원)에 1조3천억원 모자란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10억 달러(약 1조140억원) 규모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도 자금 면에서 기아차에 압박이 될 수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차가 2016년까지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가운데 내년에 3천억원의 회사채가 만기 도래해 순현금 및 매입금액 규모를 고려하면 회사채 발행을 포함한 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의 현금화 가능 금액이 상당해 매입까지는 자체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건축비가 수조원이 들어 회사채 발행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