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사는 레이 가오는 서른을 갓 넘은 사업가다. 허난성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은 뒤 2012년 중국으로 유턴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특징을 찾아내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가 쓴맛을 봤다. 가오는 곧바로 재창업에 나섰다. 새로 세운 회사의 이름은 ‘아임랩’. 출발이 좋다. 지난해 만든 웨어러블 소셜 플랫폼 ‘비트와인’이 인기다. 최근엔 샤오미와 텐센트로부터 비트와인을 넘기라는 러브콜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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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랩의 다섯 명 중국인 팀원 가운데 세 명은 해외에 거주한다. 각각 미국 미시간주립대, 예일대, 조지아공대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했다. ‘바링허우(八零后·1980년대 이후 출생자)’와 ‘주링허우(九零后·1990년대 이후 출생자)’ 중에는 해외 유학파가 적지 않고,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가오는 “유학을 떠났다가 중국으로 돌아와 텐센트나 알리바바처럼 ‘IT 대박’을 꿈꾸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공부를 한)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중국에서 창업하는 이유는 이곳에 잘하는 친구들도 많고 떠오르는 중국 IT 업체와 제휴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IT의 저력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알리바바 등 현재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대형 플레이어 때문만은 아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처럼 차세대 신데렐라를 꿈꾸는 IT ‘젊은 피’들도 속속 중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모여든 중국 베이징과 선전 등이 새로운 글로벌 벤처 성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창업 시장에 불을 붙인 요인이다. 텐센트 샤오미 등 주요 IT 기업도 벤처 투자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의 생산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대표적. 베이징에 하드웨어 창업지원센터인 ‘이노콘’을 만들고, 하드웨어 벤처기업의 초기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신선한 피가 돌면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도 중국으로 몰리는 추세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창업 초기 투자를 받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았다가 수십여곳의 벤처캐피털로부터 냉대를 받았지만 이젠 옛말이다. 지난 1분기에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2조9800만달러를 중국에 투자했다. 전년 동기(2조2800만달러)에 비해서는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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