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왜 모두 떠넘기나" 공무원연금 개혁 정부에 넘긴 與
공무원 연금 개혁은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에 모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다. 공무원 노조 반발과 정치적 부담 등을 우려해 어느 쪽도 선뜻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당에서 총대를 메는 듯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결국 안전행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지난 29일 당·정·청 회의에서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당초 공무원 연금 개혁은 이날 회의 안건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판 10분간 몇 마디 오간 끝에 후다닥 결정됐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참석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당·정·청 회의가 끝나기 약 10분 전 원래 안건 논의를 마치자마자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주 의장은 “왜 모든 사안을 당에 떠넘기려 하느냐”며 “담뱃값 인상을 비롯해 가뜩이나 (여론과) 싸워야 할 전선이 넓은데 공무원 연금 개혁까지 당이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다음 선거를 어떻게 치르라는 말이냐” “이런 문제를 떠안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주 의장은 그러면서 “밖에서 볼 때는 당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는데, 정부가 만들고 당과 상의하는 모양새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주 의장의 발언이 끝나자 안종범 경제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측 참석자들은 “당의 입장을 이해한다. 안행부를 통해 정부안을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의외로 순순히 물러섰다고 한다. 당측 참석자는 “그동안 당이 나서주길 바라는 게 청와대 입장이었는데 분위기가 달랐다”며 “당 지도부와 이미 조율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개혁안을 만들어야 할 안행부 측 인사는 이 자리에 없었다고 한다. 개혁안을 만들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당청이 안행부에 슬그머니 ‘떠넘긴’ 셈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당 지도부는 애초부터 공무원 연금 개혁을 떠맡을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공무원 연금 개혁을 주도한 당내 경제혁신특위는 황우여 전 대표 시절 만들어진 것이고, 현재 지도부는 특위가 개혁안을 만드는 데 대해 계속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경제혁신특위 위원장으로 당초 공무원 연금 개혁을 주도한 이한구 의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개혁안을 만들면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 경우 개혁 의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당·정·청의 결정을 비판했다. 안행부는 자체 연금 개혁안을 만들어 10월 둘째주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셀프 개혁안’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도병욱 정치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