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유로화 가치가 또다시 강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유로화 가치가 미 달러화 가치와 같아지는 ‘1유로=1달러’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전거래일보다 0.08% 상승한 유로당 1.269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급락한 데 따른 경계감과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일부 달러매물이 나온 결과일 뿐이라며 시장은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주까지 11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유로당 1.36달러였던 유로화 가치는 1.26달러로 8% 급락, 2012년 11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외환시장 분석가의 말을 빌려 “11주 연속 하락은 유로화 역사상 처음”이라며 “글로벌 외환시장에 급격한 변동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외환거래 상위 10개 은행은 유로·달러 환율이 1 대 1이나 1 대 1과 가까운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화는 2002년 11월 ‘1유로=1달러’를 상향 돌파한 후 지금껏 한 번도 그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내년 유로화 가치 전망치를 유로당 1.10달러까지 낮춘 바클레이즈의 마빈 바스 통화전략 분석가는 “전망치 하향 조정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며 “유로·달러 환율의 구조적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도 그동안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유로당 1.20달러가 깨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ECB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CB가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매입 등의 경기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유로화 가치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필요하다면 ECB는 또 다른 비전통적인 수단을 강구하거나,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