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서 오피스텔을 짓기 위해 건축심의를 신청한 A씨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건축심의위원회가 주차장을 법정기준보다 20% 이상 많이 확보하도록 하고, 법령에도 금지하고 있지 않은 다락방을 설치하지 못하게 한 것.

B씨도 수개월에 걸쳐 건축심의를 다시 받았다. 건축심의위원 중 한 명이 건축물 외벽 색깔 변경을 요구해 심의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 11월 말부터 이처럼 건축법령 규정보다 과도한 기준을 정하거나 임의로 심의 대상을 확대하는 게 금지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심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건축심의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 내용과 범위를 정한 ‘건축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30일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지자체의 임의적인 건축심의가 사업성이나 사업 기간에 악영향을 주는 등 건축규제로 변질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건축심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자체는 건축법령이나 관계법령의 규정보다 과도한 기준을 설정하거나 임의로 심의 대상을 확대할 수 없도록 했다. 또 250여개 기초지자체가 별도 운영하던 심의기준도 17개 광역시·도 심의기준으로 통합 운영하도록 했다.

법에 없는 기준을 만들 때는 지방의회와 협의해야 한다. 여기서 확정된 기준은 국토부에 통보해야 하고, 국토부가 보완을 요구하면 지자체는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건축심의위원회 소수 위원의 취향이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도 제한했다. 재심의(재검토의결, 부결) 의결은 법령 위반이나 설계오류(설계도서 간 불일치 등) 같은 경우로 한정했다. 이때에도 참석위원 과반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심의 결과는 심의 후 3일 안에 신청인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