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란도 '이유있는' 질주
질문 하나. 지난달 한국GM의 모든 차종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무엇일까. 정답은 4458대가 팔린 경차 스파크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차는? 크루즈 혹은 말리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답은 레저용 차량(RV)인 올란도(1718대)(사진)다. 이 차량의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1만24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192대)보다 34.9% 늘었다. 올란도가 소리 없이 잘 팔린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타봤다.

먼저 외관을 둘러봤다. 전체적으로 각진 박스카 형태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부담 없이 다가왔다. 이런 디자인은 오래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내 디자인도 단순하게 정리했다. 화려하게 치장할 자신이 없으면 이렇게 심플한 게 낫다. 다만, 계기반의 액정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치 1990년대 386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느낌이다. 글씨체와 색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디젤 차량답게 36.7㎏·m의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힘찬 가속력을 보여줬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을 잘 제어해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굽은 길을 달려봤다.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리자 커다란 덩치답지 않은 날랜 몸놀림을 보여줬다. 다소 과격한 핸들링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차체가 균형이 잘 잡힌 덕분이다.

올란도는 3열 시트까지 있는 7인승 차량이다. 넉넉한 공간 덕분에 3열에도 성인이 앉을 만한 자리가 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넓은 트렁크 공간이 확보된다. 짐이 더 많다면 2열 시트까지 접으면 된다. 가족,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안성맞춤이다.

실용성을 강조한 RV가 주행성능까지 우수해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니, 경치 좋은 곳에서 맛집까지 발견한 기분이었다. 2015년형 올란도에는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FCA),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LDWS),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SBSA) 등이 추가로 적용되는 등 상품성도 높아졌다. 잘 팔리는 차는 다 이유가 있다. 복합연비는 12.0㎞/L. 가격은 2295만~2876만원이다. 경쟁차종으로 지목되는 시트로앵 그랜드 피카소(4290만~4690만원)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시트로앵이 주는 감성품질만 제외하면 뒤질 게 없다. 기아차 카렌스(2110만~2550만원)보다 올란도가 비싸다. 하지만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올란도는 한국GM이 만든 숨은 명차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