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이 30일 개막하는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에 출품된 청화백자를 바라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이 30일 개막하는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에 출품된 청화백자를 바라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중국에서 외국 사신에게 이를 팔거나 주면 그 죄가 죽음에 이른다 하니, 이후로는 북경과 요동으로 가는 길에 이 품목을 사지 말라.”(세종실록 119권)

세종은 1448년 중국에서 만든 어떤 물품에 대해 엄격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금지 물품은 ‘청화백자(靑華白磁)’였다. 청화란 초벌구이한 자기에 회회청이라 불린 코발트 안료로 그림을 그린 뒤 유약을 발라 구워 문양을 내는 기법이다.

청화백자는 중국 원나라 시절(1271~1368) 경덕진요(景德鎭窯)에서 처음 만들어져 조선과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널리 퍼졌다. 당시 가장 귀한 물품이었기 때문에 명나라가 판매를 금지할 정도였다. 조선은 15세기께 청화 기술을 개발해 청화백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선 청화백자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전이 30일부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국보·보물 10점을 포함한 청화백자 총 500여점이 전시된다. 청화 전시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총 5부로 나뉜 전시 중 1부는 당대 최고의 고부가가치 상품이었던 청화백자가 조선에 처음 등장했을 때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왕조는 백자를 왕의 그릇으로 정했고, 왕실 도화서 화원들이 백자에 그림을 그렸다. 조선시대는 ‘왕립 가마터’인 관요(官窯) 체제를 통해 도자기 생산을 관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부부터 본격적인 감상이 시작된다. 조선은 유교적 이념에 따라 모든 행사 절차를 예에 맞게 시행했다. 청화백자도 이에 해당돼 청화백자 용무늬항아리를 보면 왕실의 예법과 권위를 느낄 수 있다. ‘홍치이년(弘治二年)이라고 쓰인 소나무 대나무무늬 항아리’(국보 제176호·동국대 박물관 소장), ‘매화 대나무무늬 항아리’(국보 제219호·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등은 꼭 봐야 할 명품이다.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백자인 ‘백자청화흥녕대부인묘지’(보물 제1768호)도 주목할 만하다. 백자판 묘지엔 장례 경위와 생전의 덕행, 가계 후손들 현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17~18세기엔 청화백자에 문인화 이미지가 입혀진다. 안료 사용을 절제하고 백자에 그려진 그림도 단순해진다. 조선 후기 청화백자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당시 사람들이 갈망했던 수복강녕(壽福康寧)이 화려한 민화풍 그림으로 바뀌는 것을 보는 것도 눈을 즐겁게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청화백자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이데미쓰미술관 등에서 대여한 중국 청화백자, 일본 청화백자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이후 공개하지 않은 청화백자 150여점도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1월16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중·고등학생 4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