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SUV MKC…'100년 名家' 링컨, 부활의 날개 달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나타난 흐름 중 하나는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독일의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콤팩트 SUV 마칸을 출시한 것을 비롯 메르세데스 벤츠도 소형 SUV 모델 GLA를 내놨다. 유난히 효율성과 실용성에 집착하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이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큰 차 좋아하기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그것도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인 링컨이 앞장섰다. 작년 LA오토쇼에서 처음 공개한 ‘MKC’는 진작부터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작은 SUV는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차량이기 때문이다.

한때 세계 고급차 시장을 주름잡던 링컨은 1990~2000년대 미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포드는 결국 대대적인 브랜드 쇄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먼저 지난해 브랜드 이름부터 ‘링컨’에서 ‘링컨 모터 컴퍼니’로 바꿨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기엔 같은 ‘링컨’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17년 링컨 브랜드가 처음 나왔을 때의 바로 그 이름이기 때문이다.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전진하는 대열의 맨 앞에는 MKC가 서 있다.
콤팩트 SUV MKC…'100년 名家' 링컨, 부활의 날개 달다
MKC, 링컨의 부활 이끈다

MKC는 링컨의 새로운 도전이다. ‘큰 차가 미덕’이라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콤팩트 SUV를 개발했다. 앞으로 링컨 부활을 주도할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는 새롭지만 링컨 고유의 전통과 개성도 그 안에 스며들었다. 전면부를 들여다보자. 독수리의 눈을 닮은 헤드램프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두 개의 라디에이터그릴이 자리 잡고 있다. 링컨 브랜드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1938년형 ‘제퍼’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것이다.

뒷부분에는 좌우로 길게 뻗은 콤비네이션 램프를 배치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어도 발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리프트게이트 기능도 넣었다. 링컨 고유의 전통과 오늘날의 감성, 기능을 적절하게 배합했다는 평가다.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시트에서 고급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차량에는 포드를 대표하는 2.0L 에코부스트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 243마력, 최대 토크 37.3㎏·m다. 넉넉한 힘은 단단한 차체와 맞물려 재미있고도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실현한다. 복합연비(9㎞/L)가 기대보다 낮긴 하지만 차체가 무거운 SUV이고 4륜구동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가격은 4960만~5300만원.

재해석한 ‘링컨’ 브랜드 100년

링컨 브랜드 설립 당시 상황은 알고보면 꽤 흥미롭다. 링컨 창업자인 헨리 리랜드는 제너럴모터스(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을 설립하기도 했다. 윌리엄 듀란트와 함께 GM을 경영했지만 의견 대립으로 회사를 떠났다. 이후 1917년 새로 설립한 브랜드가 링컨이다.

이름을 링컨으로 지은 이유는 단순했다. 리랜드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존경했기 때문이다. 링컨은 1922년 포드에 인수됐고 링컨 타운카와 제퍼, 링컨 컨티넨털 등 세계적인 명차를 내놓으며 고급 브랜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링컨 타운카와 링컨 컨티넨털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전성기를 대변하는 차로 소설과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했다.

벤틀리나 재규어 등 유럽 고급 브랜드들이 비교적 최근에야 SUV 차량을 내놓은 것과 달리, 링컨과 캐딜락 등 미국 고급 브랜드들은 이미 1990년대에 SUV를 선보였다. 링컨의 대형 SUV인 내비게이터는 커다란 몸집 덕에 ‘도로의 왕(king of road)’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MKC는 내비게이터의 막내 동생 격이다. 둘째 형은 대형 SUV인 MKX다. 지난해 링컨 모터 컴퍼니가 재출범한 이후 중형 세단 MKZ에 이어 올해 MKC를 출시했다. 개발 중인 MKX와 내비게이터도 곧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