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알리바바의 "열려라 참깨"
요즘 직원들과 회의를 하다보면 때로는 내가 은행장이 아니라 어느 정보기술(IT)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 같다. 긴 시간을 스마트폰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한창 뜨고 있는 음식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모바일 메신저 등 IT 관련 이야기가 많다. 최근 3~4년 사이 금융은 완전 다른 세상이 됐다.

요 며칠 경제뉴스에서는 알리바바(BABA)가 단연 화제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데 최근에는 그들이 만든 전자결제 서비스나 머니마켓펀드(MMF)가 더 대박이 났다. 한국에서도 최근 소액 송금이나 전자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조금씩 금융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하다. 은행의 회의 주제가 급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IT 기술 변화 속도는 ‘눈 깜짝할 사이’를 넘어 ‘눈 깜할 사이’가 됐고, 변화의 방향도 사방팔방이다. 기술, 업종, 시스템, 공간의 경계는 다 허물어져 이제 은행들은 경쟁은행에 고객을 뺏길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 기업과 고객 쟁탈전을 벌이게 됐다. 알리바바는 그 이름처럼 금융업의 동굴에 “열려라 참깨”를 외친 뒤 금융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빼앗아 가고 있다. 아니, 빼앗아 간다기보다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발빠르고 값싸게 제공하는 그들에게 고객이 자발적으로 열광하기에 기존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열려라 참깨”란 주문은 은행이 해도 통하지 않을까? 금융의 미래도 이제 새로운 업종, 새로운 시장의 동굴을 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금융도 혁신적인 IT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10년 후 은행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매일 은행에 출근하는 나조차 쉽게 예측되지 않는다. 알리바바가 금융업이란 새로운 동굴의 문을 열었듯이, 기존 금융회사들 역시 새로운 업종의 동굴을 개척하거나 아니면 아예 “열려라 참깨”가 통하지 않는 자기만의 확고한 동굴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IT기술은 대세가 아니라 진리다.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는 ‘유엔미래보고서 2040’이란 저서에서 이제 더 이상 자동차회사는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컴퓨터회사라고 말한다. 은행도 더 이상 전통적인 금융업만 하는 뱅크(Bank)가 아니라, 뱅킹과 다양한 분야를 융복합하는 새로운 차원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열려라 참깨’ 주문을 외칠 동굴은 금융사에도 많다.

이순우 < 우리금융지주 회장 wooriceo@woorif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