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국제 유가…기업들엔 '빨간불'…정유업계 '울상'…석유화학도 "글쎄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정유회사)

“단기적으론 호재일 수 있지만, 결국 제품가격도 떨어져 매출과 이익 모두 줄어들 수 있다.”(한국석유화학협회)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불황에 빠진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또다시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정유사들은 유가 하락으로 기름값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 3분기 적자 탈출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정유 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유화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원유값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값이 떨어져 원가 부담은 덜게 됐다. 하지만 제품가격도 하락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함께 떨어지는 이중고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유사, 엎친 데 덮친 격 ‘울상’

떨어지는 국제 유가…기업들엔 '빨간불'…정유업계 '울상'…석유화학도 "글쎄요"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지난 2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503억원, GS칼텍스 710억원, 에쓰오일은 54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만 유일하게 394억원의 이익을 냈다.

대부분 2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봤으나, 그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져 지난 16일에는 배럴당 94.94달러로 내려앉았다. 2년 만의 최저치다. 국내 정유사들이 도입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 인도까지는 40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기간의 유가 하락분은 고스란히 재고 손실로 잡히게 된다”며 “국내 정유사들의 적자 행진이 3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제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셰일가스 혁명에 힘입어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도 일제히 원유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어서다.

정제마진도 끝없이 추락 중이다. 정유사 손익과 직결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배럴당 3.63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1월 배럴당 6.55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중동과 중국 등이 정유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 등은 70~80% 수준인 정유설비 가동률을 추가 조정하고, 파라자일렌(PX)과 윤활유 등 비정유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가동률을 더 낮출 계획이지만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높던 석유화학사업마저 부진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화업계 “시장 수요 회복이 관건”

페트로넷에 따르면 16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1년 만의 최저인 배럴당 93.89달러로 떨어졌다. 유화업계는 단기적으로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제조원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에는 나프타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LG화학 등 유화업체들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나프타 가격 하락은 유화업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화업계가 글로벌 공급 과잉 상태인 만큼 제조원가 하락은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제품의 글로벌 수요 회복 없이는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45%를 책임지던 중국 수요가 경기 부진 여파로 주춤한 것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LG화학 롯데케미칼 삼성토탈 등은 최근 동남아 인도 등 중국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나프타 등 원재료값 하락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신시장 개척, 친환경 등 특화 제품 개발 등으로 탈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