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逆발상
요즘 들어 일선 학교나 행정기관, 공무원 교육원,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모임 등으로부터 강연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계족산 임도(林道)에 황토를 깔고 꾸준히 관리해 ‘에코 힐링’의 성지로 만들고, 2007년부터 연 100회 문화 소외계층이나 지역을 찾아 다니면서 힐링 음악회를 열어온 사실이 여기저기 알려지면서다. 주류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 문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역발상의 창조경영’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한다.

역발상(逆發想)은 원래 사전에 없던 말이다. 그대로 해석하면 ‘뒤집어봤더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정도가 될 것이다. 창업 초창기 삐삐 인사말과 음악메시지로 성공을 거둔 전화정보사업 ‘700-5425’는 음악을 통해 내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였다. 소리(음악)를 ‘듣는 것에서 들려주는 것으로 바꿔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해 대박을 쳤다. 술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가며 임도에 황토를 깔고 건강과 치유를 이야기한 것도 발상을 바꾼 것이고, 그렇게 남들이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해 계족산을 힐링의 명소로 만들었다.

‘숲 속에다 피아노를 옮겨 오페라 극장을 만들면 재미있겠네…. 바닷가나 계곡에서 술을 마셔보니 덜 취하고 빨리 깨더라. 그러면 소주에 산소를 넣어볼까?’

나는 지난 23년간 사업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달리 보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많이 해왔다. 밑천도 없이 혼자 창업했고 경쟁 상대는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보니 같이 붙어 싸우면 백전백패라 발상을 바꿔 다른 길을 찾지 않고는 답이 없었다.

나는 4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거의 매일 새벽 계족산을 찾아 맨발로 걷고 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똑같은 길을 걷지만 매일매일이 다르게 느껴진다. 맨발로 느끼는 감촉이 다르고, 몸속으로 스며드는 공기도 다르다. 습도와 온도도 다르고, 향도 다르다. 하늘이 다르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다 다르다.

늘 다니는 똑같은 길이라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좀 달리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큰 에너지원이다. 나는 늘 뒤집어 생각해보고 새로운 일을 꾸미고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다. 역(逆)으로부터 창(創)하는 게 나의 인생살이인 셈이다.

조웅래 < 맥키스 회장 wrcho@themackis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