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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진 8살~” 조정석,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웃픈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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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 출연 중인 조정석(사진 = 쇼노트)



    배우 조정석은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제가 재미있어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자기 스스로 재미있으면 좋은 작품이란 걸 느꼈다”며 “관객도 같이 즐거워하고, 제겐 동기부여가 되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되는 거 같다”며 재미없으면 하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그는 요즘 한껏 그 생생한 재미를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 출연 중인 조정석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가 진정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걸 객석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작품은 1960년 영국 공업도시 리버풀에서 경제난으로 헤어져야 했던 쌍둥이 형제 ‘미키’와 ‘에디’가 운명처럼 다시 만나 우정을 쌓아 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뮤지컬이다. ‘미키’ 역을 맡은 조정석은 5살 어린아이부터 20대 후반의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오가며 열연을 펼친다.



    요근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하느라 잠시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오히려 그사이 더 탄탄한 연기력을 장착한 것 같아 반갑다. 서로를 항상 지켜주기로 맹세하는 두 쌍둥이의 엇갈린 운명과 비극적 죽음을 다룬 이 작품은 조정석의 건재함과 탁월한 역량을 동시에 확인시킨다.



    천연덕스러운 그의 연기는 관객의 동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표정이며 말투, 걸음걸이 등 디테일한 연기력은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그 또래 개구쟁이의 모습 그대로다. 이는 대본의 완성도나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넘어 오롯이 배우의 재능으로 창조해낸 영역이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누더기 같은 박스티를 걸치고 “인디언 3000명을 소탕하고 돌아오는 길”이라며 카우보이 놀이에 푹 빠진 “거진 8살” 꼬마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은 등장만으로도 객석에 ‘까르르 폭탄’을 투척한다. “사탕은 항상 나눠 먹는 거야”라며 능청을 떠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나 어른 욕을 한다고 꺼드럭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손가락으로 소변보는 흉내는 어느새 이 작품의 묘미가 됐다.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그의 모습에 빠져드는 사이, 객석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빚어진 불행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다소 무거운 스토리의 이 작품이 주는 무언의 중압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섬세한 연기는 관객의 긴장감을 무장해제 시킨다.



    장난기 가득한 ‘미키’의 얼굴에선 ‘김포공항의 악동’ 조정석의 어린 시절이 엿보인다. 그런 면에서 ‘블러드 브라더스’는 조정석에겐 과거와 재회하는 공연인지도 모른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조정석은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김포공항 전 구역을 마치 앞마당처럼 휘젓고 돌아다니며 놀았다고 한다. 분수대에서 수영을 하거나, 하루 종일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공항 일대를 주름 잡는 골목대장이었다고. 때론 동네 지붕 위를 뛰어다니거나 근처 논밭에서 개구리를 잡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도 있단다.



    그런 추억의 공존 때문일까. 1막에 등장하는 ‘미키’의 애교 넘치는 모습은 연기라기보다, 차라리 조정석의 어린 모습 그 자체로 보인다. 그가 ‘미키’의 옷을 입고, 무대를 ‘김포공항’ 삼아 “거진 8살” 꼬마의 모습으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진정으로 무대를 즐길 줄 아는 배우다.



    장면이 바뀌어 반항기 어린 학창시절이나 여자친구 ‘린다’에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해 쩔쩔 매는 모습은 어설프고 쑥맥 같아 답답하지만, 오히려 풋풋하다. 과거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보여준 15살 사춘기 소년 ‘모리츠’의 격정적인 모습과 상반되며 보는 이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한껏 웃음을 유발하거나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다가도, 어느 순간 나약한 약물중독 환자가 되어 스러져 가는 모습은 안타까운 연민이 느껴질 만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죽음을 앞두고 “엄마, 왜 나를 보내지 않았어? 그랬으면 나도 쟤처럼 될 수 있었잖아”라고 말하는 마지막 대사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다. 호소력 짙은 그의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공감이다.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펼쳐낸 그에게 커튼콜에서 쏟아지는 객석의 열광적인 환호는 어쩌면 당연하다. 뮤지컬 ‘블러스 브라더스’는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내달 14일까지 공연한다. 조정석과 함께 송창의, 장승조, 오종혁, 진아라, 구원영, 문종원 등이 출연한다.
    김범태기자 kbtlov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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