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우리를 낙담케 한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역동적인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창업이 많지만 생계형 창업이 63%다. 이는 인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윤(기회)추구형 창업은 21%로 최하위라는 게 문제다. 기회추구형 창업이란 창업자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회사를 세우는 것을 말한다.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기회추구형 창업 비중이 60%를 넘고 미국도 53%다. 최근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은 모두 10~15년 사이에 사업 기회를 보고 창업한 회사들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아져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것이다.

기회추구형 창업이 늘어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본 부족이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자세와 저신용 문화에선 창업 자체가 어렵다. 밴처캐피털도 엔젤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벤처는 혁신적인 사람이 자기 책임하에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정부가 투자 물꼬는 터주되 방해되는 정책들은 안 하는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OECD 보고서에서도 기회추구형 창업의 경우 창업에 대한 규제와 행정부담이 낮은 국가일수록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행정부담은 스위스(1.3) 덴마크(1.4)에 비해 훨신 높은 2.2 수준(최고 6점 기준)이다.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2년 동안 시장 규제와 경제민주화 규제는 더 늘어났다. 창조경제도 한낱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마나 시대의 흐름을 반영했다는 클라우드펀딩 활성화 대책도 관련 법령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전체에 보신주의적 위험회피 문화가 만연해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한다면서 대학에 창업동아리 지원을 늘린 것을 성과로 삼고 있는 정도다.

창업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는 것은 물론 성공에 대한 사회적 질투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 정당화되는 그런 사회라야 기업가들이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