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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아이보리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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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천자칼럼] 아이보리 비누
    세계 최대 생활용품회사인 P&G(프록터 앤드 갬블)의 별명은 ‘아이보리 타워(Ivory Towers·상아탑)’다. 이 회사 히트상품인 아이보리 비누가 탑처럼 쌓여 세계적인 회사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윌리엄 프록터와 제임스 갬블은 동서지간으로 각각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장인이 두 사람을 불러 비슷한 원료를 쓰는 사람끼리 동업하면 더 나을 것이라고 권해 1837년 P&G를 세웠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 중에 비누와 양초를 전쟁물자로 납품하게 되면서 돈을 번 이들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1879년 혁신적인 비누를 개발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잘라서 비누로 팔았는데 P&G는 물에 뜨는 비누를 개발해 대히트를 친 것이다. 당시엔 비누가 무거워 강가에서 목욕하다가 물에 빠뜨려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물에 뜨는 이런 특징은 사실은 의도하지 않았던 행운이었다. 제조 과정에서 실수로 열을 너무 오래 가해 밀도 높은 공기층이 생겼고 그 덕분에 물에 뜨는 비누가 탄생했다. 이런 우연한 발견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조차도 한 실험에 아주 오랫동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우연한 발견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접착력을 높이는 데 실패해 잘 안 붙는 접착제를 만들게 된 3M은 이것으로 살짝 붙였다 뗄 수 있는 포스트잇을 개발했다. 황을 녹이다 실수로 고무 위에 황을 쏟았던 찰스 굿이어는 덕분에 합성고무 제조법을 찾았다. 플레밍이 배양 실험을 하다가 푸른 곰팡이를 잘못 넣는 바람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도 세렌디피티의 예다.

    아이보리의 히트에는 광고 마케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82년 첫 신문광고 카피는 ‘물에 뜨는 아이보리 비누, 순도 99.44%’였다. 1923년부터는 전속 광고대행사를 정해 신문 방송을 오가며 아이보리를 알렸다. TV 야구중계에서 최초의 컬러 광고를 한 것도 아이보리다. 주부들이 많이 시청하는 오후에 라디오나 TV 드라마 앞뒤로 아이보리 비누 광고를 집중하면서 ‘솝 오페라(Soap Opera·비누 오페라)’라는 드라마의 별칭도 나왔다.

    아이보리는 올해로 177년 역사를 자랑하는 P&G의 대표 상품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 아이보리가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의 말이 생각난다. “혁신이란 끝없는 나그네 길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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