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국내 해운사의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 규모 ‘에코십 펀드’를 조성한다. 수출입은행이 자금의 25%, 국내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75%를 대서 펀드를 만든 다음 배를 사 해운사들에 일정 기간 빌려주고, 시간이 지나면 배를 해운사나 중고선 시장에 팔아 돈을 회수하는 펀드다.

수출입銀, 1조 규모 '에코십 펀드' 조성한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 같은 에코십 펀드 조성 계획을 최근 마련했다. 수출입은행은 9월에 사업공고를 내고 운용사 선정 등을 거쳐 11월께 선박 투자(선박 발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해운업은 호황기와 불황기 격차가 크다. 불황기에 배를 발주해 호황기에 돈을 버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해운사들이 금융위기 후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도 이런 주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최근 연비 효율을 20% 이상 높인 에코십으로 경쟁하는 해운업 트렌드에서도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선박펀드는 선박 투자 손실 부담을 해운사가 아니라 펀드가 지기 때문에 해운사의 안정적인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민간 기관투자가의 선박펀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후순위 투자 부분에 대한 보증과 수출입은행의 펀드 참여 등으로 리스크를 상당 부분 줄여줄 방침이다. 예를 들어 A해운사가 선박펀드와 손잡고 배를 한 척 짓는다고 할 경우 자본(5~10%)과 후순위 대출(15~30%), 선순위 대출(60~80%)로 각각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이 중 선박펀드 조성시 외부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는 것이 후순위 대출이다. 국내 해운사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기관투자가의 투자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수출입은행은 해운보증기구의 보증서 발행, 상환 일정 조정 및 향후 현금 수입에 대한 담보 설정 등으로 후순위 금융의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 되도록 보완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연 5~7%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출입은행은 전망했다.

투자 대상은 국내외 해운사가 발주하는 선박이다. 다만 해외 해운사는 국내 조선사에 선박을 새로 발주할 때만 이 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아울러 이 펀드를 활용해 국내 해운사의 중고 선박을 사들여 다시 빌려주는 방식의 금융지원(tonnage bank)도 중장기적으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해운사뿐 아니라 장금상선 폴라리스쉬핑 등 중견 해운사들도 이 제도를 이용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해운사가 발주하는 신규 선박은 주로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수주할 것이므로 조선·해운업 양쪽에 광범위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상은/박종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