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한 전직 임원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외국계 금융회사 임원 자리를 제의받아 연봉계약서에 서명하기 직전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해당 금융회사의 본사가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규모 징계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채용 절차를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과거 몸담았던 시중은행이 언제 문제가 될지 모르는데 ‘잠재적인’ 징계 대상을 채용할 수는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금감원이 시중은행 및 카드사 등과 여기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 200여명에게 지난달 대규모 징계 방침을 통보하면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업무와 글로벌 네트워크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관련 차명 계좌를 개설했다는 이유로 기관경고 통보를 받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사실을 안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관련 내용을 문의해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 합병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합병팀에 들어가 있는 우리은행 직원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며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이 사람에 대해 문의받았다”고 말했다.

리처드 힐 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장은 인도네시아 SC은행장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감원이 중징계할 방침임이 전해지면서 인도네시아 감독당국이 힐 전 행장을 거부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금융사와 직원들의 대규모 징계에 대해 해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징계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