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조대현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 후보로 선출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했다. 세월호 보도의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보도국장에 이어 길환영 전 사장까지 퇴진하면서 한 달간 경영공백을 겪어왔던 KBS다. 일단 수습을 위한 계기는 마련됐다고 하겠지만 갈 길은 멀다.

KBS는 위기다. 공영방송에서 가장 기본인 보도의 공정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어서다. 최근의 일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동영상을 악의적으로 거두절미해 왜곡 보도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사자의 소명과 MBC 보도 등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면서 악마의 편집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빗발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KBS는 대한민국 재난방송사이면서도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재난보도 준칙 등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와 권고 처분을 받았다. 공영방송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중대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그런데도 KBS는 국민을 향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내부 문책도 없다. 정체성 상실, 내부 통제 상실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의 몰락은 공영방송과 해방구를 혼동시키는 구호들이 쏟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지만 실은 노조를 비롯한 내부의 권력을 극대화하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물론 정치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KBS와 종편 등 민영 방송사에 대해 프로그램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조직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는 정치권이 문제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내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정체성 정립이 더 절실한 과제다.

영국 BBC, 일본 NHK는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의 모범으로 평가받는다. 보도의 공정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KBS는 내부 직원을 위한 KBS, 노조가 지배하는 KBS가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다. 재난보도, 사실보도부터 확보해야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KBS는 민간 언론 같은 자유언론이 아니다. 자유언론을 주장하는 자는 KBS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