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락 한화證 상품전략팀 상무 "'주진형號' 최전방서 파격 실험 나선다"
"회사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수수료만을 위한 장사를 하는 바람에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기본에서 다시 출발하겠습니다."(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주 사장은 지난해 9월 한화투자증권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후 잇따라 '파격적인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투자의견 '매도' 보고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달 매매 수수료를 기준으로 지급하던 개인 성과급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오프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인하하고 주문 채널별 수수료 체계를 통합하는 등 리테일 제도 개편에 나섰다. 이번엔 판매 펀드 수를 450여개에서 100개로 줄이는 등 상품 전략 조정에 돌입했다.

'주진형호(號)' 최전방에서 이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원락 상품전략팀 상무(사진)를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났다. 이 상무는 지난 달 레버리지펀드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대대적인 상품 조정 신호탄을 쐈다.

"고객이 지점에 찾아오면 짧게는 매달, 길면 분기별로 바뀌는 추천 상품을 권했습니다. 이건 증권사가 선취 판매수수료 등의 수익을 염두에 두고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고객의 관점이 아니었죠. 이제 신뢰 회복을 위해 '장기투자'라는 정도를 걷겠다는 것입니다. 그 첫걸음이 레버리지펀드 신규 판매 중단입니다."

레버리지펀드는 일간 수익률 변동성에 1.5배 또는 2배의 레버리지를 적용한 상품으로 투자기간이 길수록 변동성이 확대된다.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팔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이지만 구조적인 요인으로 손실을 낼 가능성도 높다. 또 차입비용과 매매수수료 등 비용구조도 높은 편이다.

"유행이나 시류가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펀드만을 선별하고 판매하자는 철학을 세웠습니다. 레버리지펀드는 장기투자를 권하는 회사 철학과 맞지 않아 판매를 중단한 것입니다. 그간 레버리지펀드는 시황에 따라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거나 단기투자로 접근했다가 비자발적인 장기투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상무는 레버리지펀드를 비롯해 327개의 펀드를 판매 중단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447개였던 판매 펀드 수는 지난 달 103개로 줄었다.

대신 장기투자와 분산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코어(Core) 펀드'를 도입했다. 현재 1·2차 코어펀드 선정 절차를 거쳐 19개의 상품을 선보였다. 하반기 3차 작업을 마무리해 총 30~40개의 코어펀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운용사와 펀드매니저를 직접 만나서 소신, 운용프로세스 등을 분석하고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이 비합리적으로 높은 펀드는 빼는 등 장기적으로 꾸준히 수익이 날 수 있는 펀드를 뽑았습니다. 실무부서, 실무위원회,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상품위원회 등 3단계의 내부 절차를 거쳐 코어펀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선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다. 판매 펀드 수가 4분의 1로 줄면서 판매금액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지난 달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다. 5월 말 펀드 판매금액이 코어펀드 도입 이전인 지난 2월 대비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중심의 상품 전략이 먹힌 셈이다.

"운용 전략이 불분명하거나 펀드 기본 목적인 장기투자에 맞지 않는 펀드를 빼버리니 오히려 판매금액이 증가했습니다. 코어펀드 판매 비중은 2월 34%에서 5월 43%로 늘어났습니다."

상품전략 변화는 펀드를 시작으로 파생상품, 랩, 신탁, 채권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펀드 다음으로 자문형 랩에 대한 상품전략 수정에 나선다. 우수 자문사나 운용사로부터 자문을 받아 장기간 믿을 수 있는 자문형 랩을 판매하고 사후관리 한다는 방침이다.

"'고객 자산을 관리해주는 증권사'를 목표로 우리가 정확히 아는 장기투자 상품만 파는 전문점 모델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펀드 수 줄이기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입니다."

이 상무는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은행 및 보험업계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했다. 이후 우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을 거쳐 올 3월 한화투자증권 상품전략팀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