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23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IBM이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 과정에서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게 제소 이유다.

앞서 국민은행 이사회가 IBM에서 유닉스로 전산시스템을 교체키로 결정하자, 셜리 위-추이 IBM 대표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개인 이메일을 보냈다. 전산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와 함께 IBM으로 유지할 경우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IBM이 경쟁입찰에 따른 국민은행의 정당한 결정을 불공정한 방법으로 뒤집으려 했다는 게 사외이사들의 주장이다.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모아 안건을 상정하기로 한 만큼 이사회에선 원안 그대로 의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해서다. 이사회(10명)에서는 사외이사가 6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최근 사외이사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징계 통보를 받은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위 제소를 통해 이사회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사외이사들이 오는 26일 예정돼 있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향후 IBM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외이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결정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사외이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정병기 감사의 감사보고를 거부하는 등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어 민·형사소송을 검토 중”이라며 “법적 다툼이 오래갈 경우에 대비해 사외이사들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박신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