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커지는 스마트폰發 실적쇼크…2분기 영업익 '8조 붕괴' 우려
삼성전자가 올 2분기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인해 8조 원 미만의 영업이익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5는 양호한 반면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 1위를 외친 태블릿PC 역시 수익성이 급감한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 아래로 내려갈 경우 2012년 3분기 이후 8분 기 만에 8조 원 대 행진이 멈추는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서 실적 악화로 빠르게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스마트폰' 부문 저조로 2분기 실적쇼크 우려

1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 2분기 예상 매출은 55조7378억 원, 영업이익은 8조8584억 원이다.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영업이익 예상치는 10조3153억 원이었지만 3개월 전 9조3121억 원으로 낮아졌고 최근 재차 하향 조정됐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영업이익이 8조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저조한 데 따라 삼성전자 실적의 60% 이상을 책임지는 IT&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이 5조 원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유통 재고로 인한 출하량 부진 등으로 컨센서스(시장 예상)를 하회하는 7조9300억 원에 그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 역시 예상보다 낮은 33조4600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2분기 영업이익은 충당금의 환입 등이 없을 경우 7조9000억 원을 나타낼 것"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전분기 대비 이익 증가가 예상되나 IM 부문은 이익이 악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8조8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1조 원 가까이 내려 7조9000억 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8조 원 대 이상 영업이익을 제시한 증권사들 역시 스마트폰이 저조할 것이란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HMC투자증권은 2분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대비 5.6%, 15.0% 낮춘 7600만대, 850만대로 조정했다. 갤럭시S5 전망치는 1900만대로 유지했다.

노근창 연구원은 "갤럭시S5의 스마트폰 내 출하량 비중은 25.4%까지 상승하면서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태블릿PC 수익성 악화와 매출액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우형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교체와 재고 조정으로 인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0% 감소한 7900만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예전같지 않다는 건 업계에서나 삼성 내부적으로나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 경우 중국 업체들의 빠른 공세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스마트폰 수익성 하락은 특정 업체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이 겪고 있는 일"이라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구축하고 있는 양강구도가 쉽게 깨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반도체·TV는 '선방'…디스플레이 패널은 '우울'

사업부 맏형 격인 반도체 실적은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D램 쪽에서는 윈도우 XP 지원 종료로 인한 PC 교체 수요가 높고 낸드 역시 업체들의 웨이퍼 투입량 관리와 SSD 비중 증가로 수급 균형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TV와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CE는 브라질 월드컵을 맞아 대형 TV 판매 증가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

조 연구원은 "PC D램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로 반도체 부문은 전 분기 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CE도 초고화질(UHD) TV 판매 호조로 평균판매단가가 상승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UHD TV 출하 증가로 대형 패널은 양호하지만 스마트폰 부진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부문의 가동률 개선이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반도체와 CE,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2조1000억 원, 4400억 원, 2500억 원 수준이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스마트폰에서 반도체로 실적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면서도 "스마트폰 성장 정체에도 불구하고 절대이익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며 전 거래일보다 1만6000원(1.16%) 밀린 13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한달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은 9거래일 연속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날도 삼성전자 주가는 2분기 실적부진 우려에 이틀째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노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이 역사적인 이벤트이지만 방향성이 구체화되지 않은 반면, 실적 악화는 당초 우려보다 더욱 깊게 진행돼 부담"이라며 "다만 주주환원 정책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박스권 매매전략을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