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13일째다. 당선자들은 인수위를 꾸리고 도정과 시정, 군정의 인수인계를 받느라 눈코 뜰 새 없을 것이다. 당장 다음달 1일 열릴 지자체장 취임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도 행복한 고민이다. 물론 선거에서 주민들에게 공약한 사안의 이행 여부는 더 큰 걱정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예산문제가 눈앞에 다가온다. 공약달성을 위한 걱정이 태산이다. 모 지자체장은 아예 담당 공무원들에게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며 예산상 적절치 못한 것이 있다면 과감히 수정 또는 폐지의견을 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실로 온갖 공짜공약이 난무한 선거였다. 전기료 난방비 반값인하, 공짜버스, 노인 무상 진료 등 수많은 공짜시리즈가 탄생했다. 후보자들은 당선만 되면 중앙정부에서 돈을 끌어오겠다고 큰소리쳤다. 대규모 프로젝트 구상도 활개쳤다. 공약 시행에 필요한 비용이 새누리당만 191조원에 달했을 정도다. 공약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정부가 4년간 100조원이 넘는 추가부담을 져야 한다는 계산도 나왔다.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건전성 확보를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찾기 힘들었다. 이게 지방자치 20년의 결과다. 풀뿌리 민주주의, 책임 자치의 구현은 이상에 불과했다. 한국에선 지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조차 높아지는 현실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지난해보다 0.8%포인트 하락한 50.3%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군과 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1.4%, 27.2%에 불과하다. 심지어 경북 영양군은 3.9%라고 한다.

안전행정부가 지난 2월 업무보고에서 재정책임성을 높이고 재정기능의 정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파산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지자체의 강력한 반발에 유야무야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자체 행정기구의 정원 감축이나 지방채 발행 제한 등의 규정도 반발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차라리 관광세나 담뱃세 레저세 등의 도입으로 지방 재정을 확충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원이든 파산이든 지역민도 책임을 져야 한다. 20년 지방자치 이대로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