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그레이스 켈리.
[새영화] 왕비의 자격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이창'(1954)과 '다이얼 M을 돌려라'(1954)를 비롯해 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활동 기간도 짧지만, 역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기품있고 우아한 그녀는 데뷔와 함께 스타로 도약했고, 인기 절정이던 26세에 레니에 3세와 결혼하며 모나코의 왕비가 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배우가 아닌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삶을 조명한 영화다.

모나코에서 답답한 궁정생활을 이어가던 켈리(니콜 키드먼). 어느 날 모나코를 방문한 히치콕 감독으로부터 신작을 제의받는다.

비정한 궁정생활에 염증이 들던 켈리는 남편 레니에 3세(팀 로스)에게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선언하지만, 할리우드로 돌아가면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냉담한 대답만을 듣는다.

실의에 빠진 켈리를 위로하고자 궁중의 터줏대감 터커 신부(프랭크 란젤라)가 다가와 제대로 된 왕비 역할을 해보라고 제안하고, 켈리는 그에 충언에 따라 모나코의 각종 예법과 불어를 연마하기 시작한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왕비라는 직업에 별 관심이 없던 켈리가 마음을 다잡고 왕비 일에 충실하면서 모나코 왕실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일종의 성장이야기다.

모나코의 아름다운 풍광과 명품 패션의 향연이 상영시간 동안 이어진다.

드골 대통령이나 그리스의 선박왕 오나시스, 그의 연인이었던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짧은 등장도 재미를 준다.

"진정한 사랑은 의무가 뒤따른다" 등 예측 가능한 대사들과 아름답지만 진부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새영화] 왕비의 자격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켈리라는 캐릭터를 깊이 있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만듦새는 다소 아쉽다.

가볍게 보기에는 유쾌하지만, 칸 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타이틀에 경도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라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라비앙 로즈'(2007)의 올리비에 다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6월19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103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