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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우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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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천자칼럼] 우박
    전국 곳곳에서 우박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는 복숭아 배 인삼 고추 등을 재배하는 320여 농가 223ha가 강원도에서는 횡성 등지 371ha의 농작물이 쑥대밭이 됐다고 한다. 대전 광주 전주에도 우박이 내렸는데 특히 12일 전주에는 지름 1㎝ 정도의 대형 우박이 쏟아져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더운 날씨에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니 ‘때아닌 우박’이다 ‘기상 이변’이다 ‘변덕스런 날씨’다 하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박에 대해 조금 공부해보자.

    우박은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 강한 상승기류가 있을 때 잘 생긴다. 뜨겁게 가열된 지표면에서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간 수증기는 영하 10도 이하의 구름 꼭대기에서 얼음 알갱이로 변한다. 무거워진 알갱이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른 알갱이와 뭉쳐져 더 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다시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면 얼음 알갱이를 다시 위로 밀어올린다. 이런 상승과 하강을 계속하다보면 점점 얼음은 커지고 일정 크기가 되면 상승기류조차 뚫고 지면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적당히 더운 날씨다. 날씨가 더워야 우박 생성에 필수인 강한 상승기류가 생긴다. 반면 너무 날씨가 더우면 얼음 알갱이는 지표면에 닿기 전에 다 녹아서 비가 된다. 우박이 주로 봄 가을에, 그리고 하루중 오후에 많이 떨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고려사에 우박을 기록한 날 대부분이 3~5월, 9~10월에 몰려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결국 늦봄 초여름에 해당하는 요즘, 우박이 내리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때아닌 우박’이니 ‘기상 이변’이니 하는 것은 그래서 틀린 말이라고 봐야한다. 물론 소나기 구름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박=변덕스런 날씨’는 어느 정도 맞기는 하다.

    보통 직경 5㎜ 이하는 싸라기눈이라고 하고 이를 넘으면 우박으로 부른다. 우박이 커지기 위해서는, 생성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강한 상승기류를 만들 정도의 높은 기온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대 우박도 한여름에 떨어진 것이다. 2010년 7월23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비비안에 떨어진 우박은 직경 8인치(약 20㎝), 무게 1.9 파운드(약 0.9㎏)로 축구공만 했다.

    조상들은 장맛이 좋아진다며 우박을 장독에 넣기도 했다. 요즘처럼 후덥지근할 때면 팥빙수를 만들면 제격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물론 대기오염을 떠올리며 아무도 안 먹겠지만 말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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