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동부그룹으로부터 동부인천스틸(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이른바 ‘패키지 인수’를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두 회사를 실사한 포스코는 양사의 가치가 약 7000억원이라고 평가하고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에 제시할 계획이다.

이는 사실상 포스코가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7000억원을 제시한다면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숫자”라며 “협상은 결렬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동부그룹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두 회사의 가치(약 9000억원)는 물론 산업은행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최저 협상 가능 가격에도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가치는 약 6500억원, 동부발전당진 가치는 약 2500억원으로 적었다.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올초 포스코에 두 회사를 묶어 사들일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며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지분은 20~30%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주겠다고 제시했다. 나머지는 산은 사모펀드(PE)가 사주기로 했다. 포스코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인천공장의 활용 가치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측의 한 관계자는 “실사 결과 당초 예상과 달리 인천공장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며 “값을 떠나 인수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최우선 과제로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가운데 철강부문 경쟁력 강화와 크게 관련이 없는 인천공장을 꼭 인수해야 하느냐는 내부 비판 여론도 부담이 됐다. 최근 포스코에너지가 동부발전당진과 사업구조가 비슷한 동양파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패키지 매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동부발전당진을 먼저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부메탈의 매각이 중단된 데 이어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까지 불발되면 동부그룹은 내달 중 동부제철 등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 당국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약속한 동부제철 유상증자를 이행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김 회장은 증자에 필요한 재원이 없는 상황이다. 동부그룹은 인천공장을 중국에 매각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산업은행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곳은 한 곳도 없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좌동욱/박종서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