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카페] 내 말 믿지 않는 상대와의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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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주장과 자신의 주장
각각 조건으로 만들어
상황에 따른 계약 체결을
각각 조건으로 만들어
상황에 따른 계약 체결을
할리우드 여배우인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1999년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평범한 한 여성이 부도덕한 대기업과 법정소송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중간에 변호사는 의뢰인들에게 소송에서 이길 경우 보상금의 40%를 수임료로 받고 싶어한다. 의뢰인들은 변호사가 보상금의 40%를 가져가는 것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이때 에린 브로코비치는 다른 상황을 제시한다. 만일 소송에서 지게 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변호사에게 물었다. 변호사는 수임료는 물론 소송을 치르는 데 들어간 일체의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상황은 전형적인 미래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다른 경우다. 의뢰인들은 소송에서 이긴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이기면 좋지만 지는 경우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아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호사는 지금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말해도 의뢰인들이 그 말을 완전히 신뢰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는 경우에 아무런 비용도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말에 의뢰인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면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뢰인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의뢰인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자신이 확신하는 이길 수 있는 상황에는 자신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조건부 계약이다.
다른 예를 보자.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J사가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제품을 앞세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A 컨설팅 회사를 불러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A 컨설팅회사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A사의 컨설팅을 받아 전략대로 진행하기만 하면 J사의 신제품은 3년 이내에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전략 개발을 위해 6개월간 약 30억원의 컨설팅 비용이 필요하다고 A사는 요구하고 있다. J사는 이전에도 컨설팅회사들이 그런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 난감한 상황을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J사의 내부적인 조사에 따르면 3년 내에 3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그 이상의 성장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 내부적인 의견이다. 3000억원의 시장이 확보된다면 더할 수 없이 좋지만 100%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J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이런 상황은 실제 기업들이 많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내년에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연봉을 올려달라는 프로야구선수와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믿기 어렵다는 구단 간의 연봉계약이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대부분의 기업이나 당사자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허사가 되기 쉽다.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득하려 하지 말고 협상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면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지만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상대방이 쉽게 수긍할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을 모두 각각의 조건으로 만들어 상황에 따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기업 간 거래에 조건부 계약이 흔하게 활용되는 이유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J사는 바로 이 조건부 계약을 활용하면 자신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되 기본적인 컨설팅 비용만을 제공하도록 한다. 그리고 3년 후에 시장이 300억원대에 머무르면 더 이상의 지급은 없다. 3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되면 그때 J사는 컨설팅회사에 30억원 중에서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도록 계약하면 된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내부적, 외부적 갈등은 상당 부분 이런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예상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상대방에게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답답할 것이다. 이런 경우 더 이상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조건부 계약을 이용해 협상하라. 자신이 믿는 조건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라. 다만 상대가 원하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 주어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협상은 쉽게 끝날 수 있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이 상황은 전형적인 미래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다른 경우다. 의뢰인들은 소송에서 이긴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이기면 좋지만 지는 경우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아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호사는 지금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말해도 의뢰인들이 그 말을 완전히 신뢰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는 경우에 아무런 비용도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말에 의뢰인들의 얼굴 표정이 밝아지면서 계약서에 서명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뢰인들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 의뢰인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자신이 확신하는 이길 수 있는 상황에는 자신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조건부 계약이다.
다른 예를 보자. 세계 최고 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는 J사가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번에 새로 개발하는 제품을 앞세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A 컨설팅 회사를 불러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A 컨설팅회사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A사의 컨설팅을 받아 전략대로 진행하기만 하면 J사의 신제품은 3년 이내에 연간 30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 전략 개발을 위해 6개월간 약 30억원의 컨설팅 비용이 필요하다고 A사는 요구하고 있다. J사는 이전에도 컨설팅회사들이 그런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 난감한 상황을 당한 적이 몇 번 있다. J사의 내부적인 조사에 따르면 3년 내에 3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그 이상의 성장에 대해서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것이 내부적인 의견이다. 3000억원의 시장이 확보된다면 더할 수 없이 좋지만 100%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J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이런 상황은 실제 기업들이 많이 부딪히는 상황이다. 내년에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연봉을 올려달라는 프로야구선수와 지금까지 성적을 보면 믿기 어렵다는 구단 간의 연봉계약이 가장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대부분의 기업이나 당사자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허사가 되기 쉽다.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질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방법은 거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득하려 하지 말고 협상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면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지만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상대방이 쉽게 수긍할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과 자신의 주장을 모두 각각의 조건으로 만들어 상황에 따른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기업 간 거래에 조건부 계약이 흔하게 활용되는 이유다.
앞서 말한 사례에서 J사는 바로 이 조건부 계약을 활용하면 자신이 우려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되 기본적인 컨설팅 비용만을 제공하도록 한다. 그리고 3년 후에 시장이 300억원대에 머무르면 더 이상의 지급은 없다. 3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되면 그때 J사는 컨설팅회사에 30억원 중에서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도록 계약하면 된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내부적, 외부적 갈등은 상당 부분 이런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예상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상대방에게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정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답답할 것이다. 이런 경우 더 이상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조건부 계약을 이용해 협상하라. 자신이 믿는 조건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라. 다만 상대가 원하는 상황에서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도록 해 주어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 협상은 쉽게 끝날 수 있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