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적 부진 여파가 지속되면서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주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성장성을 숫자(실적)로 입증하지 못하면서 ‘행오버(hangover·숙취)’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 부진 '행오버'에 시달리는 엔터株
○공매도 한 달 새 2배 넘게 증가

실적 부진 '행오버'에 시달리는 엔터株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에스엠의 하루 평균 공매도량은 총 2만4659주로 5월 초순(1~10일) 하루 평균 공매도량(9647주) 대비 155% 늘었다. 와이지엔터의 하루 평균 공매도량도 같은 시기 1만4237주에서 3만9263주로 175% 증가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일단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수하고 갚아 이익을 내는 전략이다. 시장에선 통상 공매도량이 늘어나면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해석한다. 실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3일 에스엠 주식 7만1000주를 빌려 5일까지 총 5만2477주를 공매도했다. 트러스톤은 5일 에스엠 주가가 3만8700원대까지 떨어졌을 때도 2만3200주를 공매도할 정도로 주가 하락에 투자하고 있다.

엔터주 장내 매도도 늘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에스엠 주식을 180억원, 와이지엔터 주식을 235억원 순매도했다. 대신자산운용은 지난 2~5일 3거래일 만에 에스엠 주식 30만8521주(1.5%)를 장내 매도했다. 지분율은 5.06%에서 3.56%로 줄었다.

○2분기 실적 우려도 잡아

전문가들은 기관이 대형 엔터주 보유 지분을 줄이는 1차적인 이유로 ‘1분기 실적 부진’을 꼽았다. 에스엠은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47억원이라고 지난달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실적이다. 와이지엔터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83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평균(컨센서스) 85억원에 못 미쳤다.

에스엠의 경우 주가 상승 요인(모멘텀)으로 작용 중인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중 1명이 지난달 탈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넘지 못하거나 아예 크게 미달하면서 일단 비중을 줄여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2분기 실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94원까지 떨어졌다. 일본 콘서트 매출 비중이 높은 엔터주들은 원·엔 환율이 떨어질수록 손해다. 김현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엔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심리가 더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성장 스토리보다 실적이 중요

시장에선 국내 아이돌그룹의 중국 콘서트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3분기부터 엔터주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본부장은 “멤버 이탈 사태 등으로 지분을 일부 정리했지만 장기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믿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에스엠 등 엔터주들은 대형주 반열에 올라섰기 때문에 성장 스토리보다는 ‘숫자’로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며 “시가총액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해선 엑소, 빅뱅 등 아이돌그룹들이 기대만큼 실적에 보탬이 되는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