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멘토링’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체육대회 행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 제공
‘드림멘토링’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체육대회 행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 제공
“지금까지 공부한 것보다 여기서 3개월 동안 경험한 것이 더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제는 매일 생활계획표를 만들어요.”

지난 7일 오후 서울대 경영대학 58동에서 열린 ‘드림멘토링’ 수료식에서 정모군(17)은 “법관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학교 시절 축구선수였던 정군은 한때 비행에 빠졌다가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정군은 위기청소년 보호센터 ‘세상을품은아이들’에서 지내며 자활의지를 키우고 있다.

탈북·다문화·보호관찰·결손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드림멘토링’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고 있다. 드림멘토링은 경기 안산의 청소년보호단체 ‘들꽃청소년세상’이 주관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이 주최하는 행사로 지난 3월 시작됐다. 하늘꿈학교, 안산다문화아동센터, 들꽃청소년세상, 세상을품은아이들, 경기복지재단, 동명아동복지센터 등 6개 기관에서 온 30명의 취약계층 청소년이 대상이다. 여기에 서울대 학부생 멘토 15명과 경영대 ‘공기업고급경영자과정’의 시니어멘토 6명이 참여했다.

청소년들은 지난 3개월 동안 진로적성검사, 연극 등 문화체험, 1박2일 합숙활동, 봉사활동, 체육대회, 시간관리 교육 등을 경험했다. 이들은 멘토들과의 교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미래 목표도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군은 “처음엔 서울대생들이 공부만 해서 못생겼거나 ‘오타쿠’들만 있을 줄 알았다”며 “그들과 지내며 내 표정이 점차 해맑아졌다”고 털어놨다.

4월12일에는 ‘세품아’ 방이 진로적성검사 결과를 놓고 떠들썩했다. 김봉하 코스콤 부장은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들려주며 원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고고학을 했다면 아마 지금쯤 이집트에 가 있을지 모른다. 돈은 좀 적게 벌어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아이들은 뭔가 깨달은 듯 웃음을 보였다.

탈북청소년들은 ‘새터민’ 방에서 북한에서의 경험을 멘토들과 공유하며 정서적 위안을 얻었다. 뒤늦게 남한에서의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한모군(26)이 “북한에 있을 때 몰래 남한 드라마를 봤다”고 말하자 강병욱 한국조폐공사 부장은 “원래 군대에서도 잠깐의 일탈이 주는 희열이 크다”며 동감을 나타냈다.

청소년들에게는 봉사활동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지난달 31일 관악산에서 환경정화 활동에 참여한 다문화 청소년 왕보웨이군(15)은 “여태까지 받기만 했던 내가 봉사를 한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멘토들에게도 이번 프로그램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조현일 씨(경영학과 3학년)는 “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의 상처를 보고 정서적으로 챙겨주려 노력했다”며 “지금은 가르치고 놀아주는 것이 전부지만, 나중에 사회로 나가면 책임감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시니어로 참여한 김애선 한국환경공단 처장은 현재 환경부 산하 공기업 중 여성 최고위직(1급) 인사다. 김 처장은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어린 여학생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아이들에게 ‘네가 처한 상황이 너로 인한 것은 아니므로 비관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